* 한줄평 : 익산의 물짜장 이야기 1. 여행을 다니는 목적 중 하나가 지역색이 담긴 음식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식 뿐 아니라 이 땅에 자리한 중식 역시 세월을 먹으며 독특한 음식문화로 본연의 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는 여행 기간내 한끼는 꼭 <노포 중식당>을 찾아간다. 2. 이번 여행에서 만난 곳은 1979년 개업하여 올해로 40여년 업력을 가진 <신동양>이라는 익산의 중식당이다. 3. 호남지역에는 수도권에선 만나기 어려운 <물짜장>이라는 메뉴가 있다.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짜장면은 중국 산동지역의 <작장면>이 원조로 원래는 넓적한 면에 <첨면장>을 얹어 비벼먹는 형태였다. 4. 재미있는 것은 짜장면의 <대중화>가 미국의 <무상 밀원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부터 미국의 잉여농산물이였던 밀은 1950년대 중반부터 십수년간 국내 구호 물품으로 반입되었다. 당시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저렴하면서 양이 많은 국수 가게와 수제비가 인기를 끌었는데 아직도 우리가 “빈곤한 상황에서 수제비라도 먹어야겠다”라고 하는 것이 당시 시대 상황에서 이어져 내려온 말이다. 5. 어쨌든 당시 외식 메뉴로 인기를 끌던 음식은 단연코 짜장면이었는데 면의 재료인 밀가루가 흔해진 것과 맞물려 소스 역시 대량 공급을 위해 공장화 과정을 거쳤다. 이것이 바로 내 중식당 리뷰에서 몇번 언급됐던 <사자표 춘장>이다. 6. 그러나 전라북도에는 춘장을 사용하지 않는 <물짜장>이라는 음식이 있으니 이번에 이 진귀한 음식을 맛보았다. 7. <삼선물짜장>이라 그런지 수년전 군산에서 맛보았던 물짜장과는 격이 다르다. 톳과 주꾸미, 오징어 등의 다양한 해물 종류와 한 그릇 가득 내어주는 푸짐한 양 역시 모두 만족스럽다. 면은 첨가제가 그다지 들어가지 않았음인지 면발의 탱탱함은 덜하나 대신 부드럽고 식후에도 속이 편하다. 8. 호남의 볶음밥은 오므라이스처럼 계란이 덮여져나온다. 서울에서도 간혹 전라도가 고향인 주방장이 있는 식당에선 그리 먹었었는데 서울에선 계란만 얇고 넓적하게 부쳐낸반면 이 곳의 지단은 두텁고 야채를 섞어 요리처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퀄리티가 다르다. 불과 6천원에 불과한 볶음밥인데 돼지고기는 튀기듯 볶아내었고, 밥은 마지막 단계에서 웤에 눌러 제대로 수분기를 날려주며 고슬함을 더했다. 9. 탕수육은 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흰색 소스이다. 군산과 익산, 전주 지역에선 흔히 흰색의 탕수육 소스를 만나볼 수 있는데, 배추를 더해 시원한 맛을 냈다. 탕수육 튀김 역시 추억을 소환할 정도로 클래식하다. 추억을 이길 수 있는 조미료는 없다.
신동양
전북 익산시 평동로11길 60 신동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