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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4년

* 한줄평 : 스시어린이의 스시 문화 경험 1. 과거 어느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대한민국에서 바다와 접하지 않은 유일한 행정구역인 충청북도 출신인지라 회를 포함한 해산물 요리를 굳이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 <역사와 문화 등의 이야기꺼리가 담겨진 음식>을 찾아다니다 보니 스시에 대해서만큼은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는 어린이 수준임을 고백하고 리뷰를 시작한다. 2. 블로그를 보니 고수로 추정되는 블로거의 스시 레스토랑 리뷰 시작은 어김없이 <업장의 이력과 쉐프의 경력>이다. 이 레스토랑의 그레이드는 어떻고 다찌에서 초밥을 쥐어준 쉐프는 어디어디를 거쳐오신 분이라는.. 쿡방이라는 트렌드를 이끌어냈던 <냉부해>의 영향으로 쉐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내 기억에 스시 쉐프만큼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에도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3. 난 이러한 스시 문화가 갖고 있는 특색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 “한식과 중식은 주방 협업시스템”인 반면 스시 오마카세는 오롯이 담당 쉐프의 손맛에 따라 맛이 좌우되니 스시 쉐프의 경력이 손님 입장에선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점 2) 한식, 중식, 양식은 조리의 과정이 주방 안에서 이뤄지는지라 손님과의 접점이 없는 반면 스시 오마카세는 다찌에 앉은 손님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보니 대화 중 이력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점 3) 일본 문화의 전승 방식이 집합교육보다는 도제식이다보니 음식 문화 역시 프라이빗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 실제 고급 한식당이나 중식당에선 손님에게 재방문을 당부하며 “레스토랑의 명함”을 주는 반면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에선 “쉐프의 명함”을 준다는 것이 바로 스시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특징이 아닐까 싶다. 4. 지방의 풍미를 잔뜩 살려주는 고기 숙성 기술의 발달로 최근 몇년간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해진 식재료 중 하나가 바로 <와사비>이다. 와사비는 겨자, 후추, 고추 등 매운맛을 대표하는 향신료로 일본의 초밥과 생선회와 단짝인데, 뿌리를 강판에 갈아 사용한다. 와사비는 강판에 갈아 세포가 파괴될 때 특유의 향이 발생한다. 도자기나 스테인레스보다는 부정형의 <상어 뱃살 가죽>에 더 잘게 갈리는데 잘게 갈릴수록 향은 강하고, 맛은 순해진다. • 스시 품평 1. 디너 18만원 다찌 오마카세를 경험했는데, 10 코스 스프와 사시미 등의 <전식>과 12점의 <스시>, 청어소바와 자색고구마를 갈아넣었다는 계란구이와 수제 아이스크림 등 <후식> 3코스 등 25개의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2. 18만원 수준이면 미들하이급, 25만원 이상이 하이엔드급으로 분류되는 것 같은데, 내 엔트리급 경험과 비교해보면 스타터가 차완무시가 아닌 <스프>라는 것부터가 재미있었다. 가스오부시를 우려낸 육수에 우엉을 가미하여 만든 스프가 식전 감칠맛을 돋구어주었다. 3. 이어진 숙성광어회의 찰감, 숯불로 지방의 풍미를 극대화했다는 남해산 참치살, 크리미한 아귀간, 시소꽃과 우니의 조합, 마와 고등어살을 이용한 마끼 등은 진귀한 식재료의 향연이였다. 4. 스시 중 인상깊었던 것은 우니로 비벼낸 밥을 김으로 싼 아부리한 금테, 미스타 초밥왕에서 재미있게 봤었던 아지(전갱이), 우니가 풍성하게 올라간 군함말이 등이였다. 특히나 일본 특유의 <김>이 주는 식감과 향이 있는데 스시와 조합이 되니 시너지가 굉장히 좋았다. 5.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식사였는데 다만 개인적으로 샤리의 존재감이 커서 네타와의 밸런스가 아쉬웠다. 특히 새우와 우니가 나오기 전까지 초반 3-4 피스는 밥알의 식감과 적초의 향이 강하여 네타의 변별력이 그다지 크지 않았었던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다만 스시야 특성이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초밥을 쥐기 전 쉐프님께서 이상 유무를 체크하고 초밥의 모양을 내기 위해 끝부분은 수평을 맞춰 잘라 버리는 등 식재료 관리는 무척 인상깊었다. 끝까지 뭐라도 하나 더 주시려고 하신 전상윤 쉐프님의 접객도 마음에 들었고..

스시 카이세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04 퍼스트빌딩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