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 걸어야 보이는 골목 맛집, 도심 속 간판없는 식당 1.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사회>에서 여유를 찾기 위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산보>이다. 차로는 도달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휘적휘적 거닐다보면 대로변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 식당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마치 보물찾기에서 1등한 기분이 들곤 한다. 2. 흥선대원군의 사가이자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 장소였던 종로 운현궁 건너편 천도교 건물 앞 골목에 자리한 이 식당은 벽면에 크게 써붙인 메뉴가 이 건물이 식당임을 짐작케 할뿐 상호명이 적힌 간판은 찾아볼 수 없다. 3. 통상 간판없는 식당은 솜씨좋은 부인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조그마한 규모로 열었다가 단골들이 붙여준 이름이 바로 상호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종로역 근처 빈대떡으로 유명한 어느 식당도 주택과 주택 사이 길다란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이름 없이 장사하다가 긴 테이블이 열차같다 하여 단골들이 붙여준 이름이 열차집이다. 4. 이 식당은 오로지 김치찌개 단일메뉴여서 그런지 알려지기로도 상호명이 <간판없는 김치찌개집>이다. 5. 착석하면 인원수대로 김치찌개 주문이 들어가고 추가 사리 메뉴만 정하면 되는데, 특이하게 다른 김치찌개집에선 보기 힘든 오뎅과 칼국수 사리가 있다. 6. 시중 김치찌개는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설탕이나 조미료로 달달한 맛을 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 집은 극도의 신맛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신맛을 납작오뎅이 중화시켜 주며 시원하고 칼칼한 맛으로 승화시키는데, 술 마신 다음날이라면 “크~”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만족스럽다. 7. 서울 도심 한복판임에도 가격은 얼마전 1천원 오른 7천원이다. 쫀득한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가 심심치 않게 들어가 있는데, 아무래도 단가가 높지 않다보니 좀더 풍성하게 즐기고픈 이들은 <고기추가>라는 메뉴판에는 없는 사리 추가를 하길 추천한다.
간판없는 김치찌개집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1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