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광주식당 #냄비밥 * 한줄평 : 열 반찬 부럽지 않은 밥 한그릇, 그리고 청국장 이야기 1. 흔히 백반이라고 하면 집에서 먹듯 국과 반찬이 나오는 가정식 차림상으로 알고 있지만, 한자로는 흴(백) 밥(반)을 사용하여 “잡곡을 섞지 아니한 흰 쌀밥”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의 전통 소스인 된장과 고추장, 마늘과 고춧가루 등은 흰쌀밥과 먹을 때 그 맛이 가장 또렷해진다. 2. 청량리역 근처 청과시장 골목에는 <양은냄비 즉석밥>을 아이템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 최근엔 수요미식회에도 나왔지만, VJ 특공대와 KBS 맛자랑 등 이 식당이 소개된 프로그램을 봐도 오래된 업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골목은 양은냄비밥을 하는 식당이 여럿 포진해있는데, 광주식당이 청국장과 냄비밥으로 워낙 인기를 끄니 인근 다른 식당도 냄비밥으로 메뉴를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청량리 냄비밥 거리의 원조 식당인 셈이다. 3. 광주식당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시그니처 메뉴는 청국장이다. 회전율이 워낙 좋으니 주문 후 얼마 안 있어 청국장과 7가지 반찬이 차려지는데 오랜 업력답게 반찬 하나하나마다 담긴 맛과 정성이 대단하다. 집에서도 솥밥을 자주 해먹은 편이지만 이 식당의 솥밥은 왠지 모르게 시골에서 살던 유년시절의 향수 어린 밥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나 콩나물 무침은 입안 가득 퍼지는 콩향이 “맞다, 콩나물 무침이 이 맛이였었지!!”하는 갑작스러운 추억 소환까지 불러일으킨다. 4. 청국장은 이젠 냄새가 꼬릿하지 않게 띄울 수 있다지만, 시중 식당에서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메뉴가 됐다. 나의 고향인 충주에서는 청국장을 <담뿍장>이라 불렀는데, 할머니께서 메주가루에 따뜻한 물을 부어 아랫목에 이불 덮어놓고 발효시켜 끓여주셨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5. 이 집의 청국장은 진하다. 진하지만 부담스러운 꼬릿함은 없다. 삼각형으로 잘라낸 두부와 청국장콩을 떠서 입안에 넣으면 구수함도 이런 구수함이 없다. 어느 정도 식사를 하고 있노라면 냄비의 누른밥으로 만든 누룽지를 주시는데 <집에선 안 나오는 맛>이다. 솥에 들러붙어 적당히 탄 누른밥이 물과 함께 끓여지며 내는 <구수한 냄새>가 바로 맛있는 누룽지의 핵심이다. • 추가잡설 1 청국장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에 의해 이 땅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재래된장은 발효와 숙성 시간이 몇달이 걸리는지라 한 곳에 주둔하지 못 하고 자주 이동해야 하는 전쟁통에는 발효 기간이 짧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장이 필요했고, 이렇게 만든 장을 청국의 군인들이 먹는다하여 청국장이라 불렸다고 한다. • 추가잡설 2 전기밥솥의 등장으로 시중 식당에서도, 집에서도 먹기 힘들어진 음식이 바로 누룽지이다. 1979년만 하더라도 전기보급률이 100%가 채 되지 않았으니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시골마을에선 장작불에 가마솥밥을 해먹었으니 설겆이를 위해서라도 민간에선 누룽지와 숭늉은 밥을 하고 나면 꼭 따라나오는 실과 바늘같은 존재였다. • 추가잡설 3 냄비밥은 2인 이상 메뉴 주문 혹은 혼밥시 추가금을 내고 먹어야 한다. 식당 이모님들이 냄비채 들고 와서 주걱으로 냄비밥을 빠르게 휘젓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밥 안의 뜨거운 수분을 골고루 빼내서 밥의 고슬고슬함을 배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밥을 제법 잘 하는 식당에 가면 그릇에 밥을 눌러담지 않고 슬슬슬 얹어내듯 그때그때 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밥과 밥사이 공기층을 내어 포슬함을 더해준다.
광주식당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로2길 5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