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 Since 1958, 반백년 넘은 막국수 외길 인생 1. 철원은 38선과 휴전선 사이 자리한 지역이다. 북한과의 최전방 접점에 소재한 도시다보니 노동당사와 제2땅굴, 끊어진 철교 등 남북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한때는 경원선과 금강산선 부설로 인해 주요 교통 거점 역할을 하느라 강원도에서 춘천 다음으로 큰 도시였으나 전쟁의 상흔과 분단으로 이제는 쇠락하여 과거의 영광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 개인적인 경험 데이터를 근거로 <군사도시>는 보통 맛집이 드물다고 생각했었더랬다. 짬밥을 먹는 군인들이 사제음식 뭔들 맛이 없겠으며, 위수지역을 벗어나지 못 하는 군인을 상대로 식장사를 하니 기본만 하면 충분히 영업이 되기 때문이다. 3. 그런데 이번 철원 당일치기 여행에서 나의 <편견>은 철원막국수를 만나며 단번에 허물어졌다. 한가지 음식으로 한 사람의 평생을 몽땅 바치고 대를 이어 가업이 대물림된다는 건 맛이 보장되고, 음식에 들어간 정성에 감복한 충성고객이 있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4. 창업사장이셨던 손남이 할머님께서 쌀 2가마를 판 돈으로 분틀과 육수 가마솥을 사오셔서 장사를 시작하신게 60여년이 훌쩍 넘은 1958년이다. 당시 장사를 시작했던 한옥 건물 그대로 현재도 손님을 받고 있는데 건물 중정 뒤편 큰 밤나무가 바로 장사를 시작하던 해 바깥어른이 식수한 것이니 이 식당의 영화를 반백년 넘게 지긋이 지켜본 것이리라. 5. 본디 강원도식 막국수는 물과 비빔을 구분하지 않고 육수 없이 먹으면 비빔이요, 육수를 많이 넣으면 물막국수로 먹는 형태인데 이 집은 노포임에도 불구하고 물과 비빔이 별도로 있다. 6. 바나나 속살이 노랗지 않고 하얀 것처럼 메밀 역시 도정을 하면 흰 색이다. 과거 대부분 막국수 식당에선 메밀 본연의 색감을 내기 위해 커피 가루를 섞어쓰곤 했는데 이 집은 아예 통메밀도 함께 사용하여 갈아내기에 면발이 거친대신 메밀향이 자연스레 느껴진다. 7. 동치미 육수를 베이스로 슴슴하게 먹는 춘천식을 애정하는 이들에겐 빨간 양념장의 매콤달콤함이 다소 강할 수 있으나 굉장히 완성도 높은 맛이다. 8. 보통 막국수라고 하면 물보다는 비빔을 선호하는 것이 대중의 취향인데 이 집은 물막국수의 주문 비중이 꽤 높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 집 육수는 한우 사골과 잡뼈를 장시간 우려낸데다 사과와 배 등 과일로 천연 단맛을 끌어내어 만든 정성이 크게 깃든 음식이다. 실제 아들이 남긴 물막국수 육수를 입에 댔다가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 다 마셔버릴 정도로 매력적이다.
철원막국수
강원 철원군 갈말읍 명성로158번길 13 철원막국수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