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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Since 1998, 동짓날 느껴보는 서울 3대 팥죽의 위엄 • 형초세시기에 기록된 동지팥죽의 유래 • 서울 3대 팥죽 • 신당 천팥죽의 위치와 동네 이름의 유래 1. 한민족 우주관의 원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음양오행>이다.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이자 1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지는 음양오행 이론에 따르면 음기가 가장 강한 날로 민간에선 귀신이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믿었었다. 동짓날 잡귀를 쫒아내는 벽사의 기운이 담긴 음식이 바로 붉은 색 <팥>이다. 2. 2020년의 동짓날인 12월 21일은 음력 11월 7일로 <애동지>에 들어간다. 애동지에는 아이 귀신을 쫒는 팥죽을 먹으면 집안의 아이에게 탈이 난다고 여겨 팥죽 대신 시루팥떡을 먹곤 했다. 3. 동짓날 팥을 이용하여 축귀를 하는 것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지방의 풍속을 담은 <형초세시기>의 공공씨 설화에서 유래했다. 불의 신인 축융의 아들인 공공씨에게는 성질 고약한 아들이 있었는데 동짓날 죽게 되어 역귀(전염병을 옮기는 귀신)가 되었다. 역귀는 생전 붉은 팥죽을 무서워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집 안 곳곳에 팥죽을 쑤어 뿌리니 과연 축귀의 효험이 있었다는 설화가 바로 <동지팥죽>의 유래이다. 4. 서울 3대 팥죽 중 한 곳인 신당동의 천팥죽은 소재지부터 왠지 동짓날 꼭 방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신당역 4번 출국 왼쪽 골목 10여m를 지나면 바로 가게인데, 이 골목엔 점집이 무성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선시대 도성 안에는 묘를 쓸 수 없어 광희문으로 시신을 내었는데, 망자를 좋은 자리에 모시기 위해 점을 치던 <신당>이 모여있던 동네가 바로 지금의 중구 <신당동>이다. 신을 모시던 당집이 밀집한 동네이니 당연히 <음기>가 강할터! 동짓날 팥죽 한그릇 먹기에 이보다 좋은 위치는 없다고 본다. 5. 여름철에는 콩국수를 한다지만 상시 메뉴는 팥칼국수와 새알 팥죽 2가지가 전부이다. 허름한 동네 뒷골목 식당이라지만 알음알음 소문이 꽤 난 곳이다보니 바로 옆 작은 별관도 갖추고 있다. 6. 특이한 것이 메뉴판도, 명함도 정갈한 붓글씨가 눈에 들어와 카운터에 여쭤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직접 쓰신 것이라 한다. 상호도 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신 것이라던데 아마 찾아온 손님의 건강과 행복이, 그리고 가게에는 좋은 복이 샘처럼 솟아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샘(천)을 식당 이름에 담아내신 건 아닐까 추측해본다. 7. 팥죽집 중 가장 인지도 있는 <서울에서 둘째로 잘 하는 집>은 계피향의 존재감이 팥 본연의 향과 맛을 덮은 세련된 화장을 한 도시 처녀라면 <신당 천팥죽>은 팥 자체의 진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화장 안 한 건강하고 풋풋한 시골 처녀라고나 할까. #추가잡설 서울 3대 팥죽집은 내 리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상호로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삼청동의 <서울에서 둘째로 잘 하는 집>, 팥죽보다는 팥빙수로 유명한 <동빙고>, 그리고 오늘 리뷰한 <신당 천팥죽>이다. #코로나 역귀야, 훠이훠이 물렀거라!

신당동 천팥죽

서울 중구 다산로44길 3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