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 문을 여는 순간 아버지 세대로 타임 워프 식당 1. 이 식당이 자리한 방산시장은 청계천을 끼고 있다. 방산시장의 유래 역시 청계천과 연관이 있는데, 사대문 안의 중요한 물길이던 청계천은 조선 영조 36년 준설공사를 하게 된다. 당시 두달 가까이 20여만명이 동원되어 오간수문이 막힐 정도로 퇴적되어 있던 토사를 준설하였는데, 준설토를 쌓아놨던 지역이 바로 지금의 방산동 인근이다. 2. 생활하천의 준설토를 산처럼 쌓아놨으니 냄새가 대단했을터이지만, 준설토에 포함된 영양소 역시 썩 훌륭했을테니 세월이 흐르자 이 곳에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 꽃동산이 만들어지니 사람들은 이 동네는 ‘향기나는 산’, 즉 <방산>이라 불렀다. 3. 방산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좌판을 열면서 미군에서 나오는 과자와 초콜릿 등 제과와 제빵 포장 자재 성지가 된 곳이다. 향기와 연관된 지명이다보니 이제는 방산상가 1층에 아로마향 가게들도 이제는 상가의 주역이라 보일만큼 규모가 커졌다. 4. 방산시장은 광복 이후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식료품 거래로 활성화된 곳이나 정작 방산종합시장으로 개설된 시기는 1976년경이다. 5. 이 곳에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업력의 노포가 숨어 있으니 바로 <삼우일식>이다. 이 자리에서 십수년을 운영하신 숙모님께 가게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시기가 1988년이라 하니 정확한 개업시기는 알 수 없으나, 대략 시장의 역사와 가게의 업력이 비슷하리라는 것은 유추할 수 있다. 6. 분명 회를 썰어 파는 식당이나 이곳에는 수조가 없다. 갓 잡아 바로 만들어낸 음식의 신선함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숙성’된 회의 감칠맛과 쫀득한 식감이 파고든 것이 불과 십수년전으로 알고 있는데, 가게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라고 주인장께서 말씀하신 것을 감안하면 이 집은 <선어회>에 관한 한 1세대 식당을 넘어 시조격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7. 식당이 오래된 만큼 불편함은 있으나, 오히려 그 불편함을 뛰어넘는 시대적인 아련함을 품은 공간이다. 입구가 좁아 식당 공간이 넓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주방장 뒤로 가지런히 정리된 찬장, 세월의 연륜이 진하게 묻은 나무 다찌 등은 마치 ‘장롱문을 통해 나니아로 넘어가는’ 것처럼 ‘아버지 세대로 타임 워프’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한다. 8. 음식 역시 그렇다. 3명 기준 모듬회 중 사이즈가 13만원으로 시장 물가에 비해 결코 싼 단가는 아니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담겨진 정성과 가짓수, 숙성회의 감칠맛, 지리로 즐기는 마무리 매운탕 등 기승전결이 뚜렷하여 마치 코스 요리를 즐기는 듯 하다. 9. 오래된 업력만큼 음식의 완성도 역시 높다. 들어간 것도 별로 없는데 입안에서 춤을 췄던 후토마키, 광어알을 넣어 만든 계란찜, 씨알이 굵은 피꼬막, 부드럽게 식도를 넘어갔던 문어 숙회, 어린 시절 고급 일식집에서 먹던 맛을 느끼게 해준 감자 마요네즈 샐러드, 진하고 시원했던 지리탕 등 기대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감탄하며 먹게 된 음식의 향연을 즐겁게 만끽하였다.
삼우일식
서울 중구 을지로35길 5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