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섬세한 커피를 내어주는 곳이라 필터만 고집했는데 바쁘다바빠 직장인 모드로 점심방문을 했던 터라 탁 털어마실 요량으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더니 설탕 넣은 것과 안넣은 것 비교하며 먹어보라고 2잔을 내어주신다. 나뭇잎 띄운 물을 받은 감동이 이와 비슷했을까? 원두라인업을 제철에 맞추는 재미난 곳! 로투스에서 원두마다 철이 있다는 걸 알았다. 첫입은 설탕없는 잔! 에스프레소가 이토록 은은할 수 있다니 뚜렷한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에스프레소의 강점은 잃지 않되 마치 필터처럼 부드럽게 느껴져서, 수혈의 느낌으로 커피가 들어오는게 아니라 인상깊었다. 그리고 설탕이 바닥에 깔린 두번째 잔! 단건 싫지만 에스프레소를 머금은 설탕을 티스푼으로 먹는 즐거움은 솜사탕과 구슬아이스크림 포지션과 비슷하다. 가까운 리브레의 유혹을 이겨내고 왔는데 로투스만의 분명한 평화를 즐겼다. 기꺼이 또 그 언덕을 오를 것 같다.
로투스
서울 중구 삼일대로9길 6 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