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진주에는 순대국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와서 처음 그 간판을 보았을 때, 나는 인간이 어디까지 순대를 모욕할 수 있는지 잠시 생각했다. 순대는 잘려서 전용 쌈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었다. 그것을 뜨거운 물속에 넣고 끓인다는 발상은 내게 거의 괴식이었다 물론 인간은 놀랍도록 쉽게 타락한다. 지금의 나는 순대국을 좋아한다. 오늘 오전 치과 진료를 마치고 근처에 있다는 농민백암순대를 찾았다. ‘전국 1등’이라는 말에는 원래 관심이 없다. 세상에는 1등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가게 앞의 줄은 조금 달랐다. 사람들이 순대국을 먹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길바닥에 바치고 있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순대국 한 그릇이 인간에게 이 정도의 인내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마침내 국물을 한 숟갈 먹었다. 아..!. 그 순간 나는 줄을 이해했고, 사람들을 이해했고, 조금 전까지의 나 자신을 용서했다. 맛있다는 말은 너무 가난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는 말도 부족했다. 그저, 농민백암순대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약간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인간은 때때로 아주 사소한 것으로 자신의 생을 긍정한다. 누군가는 사랑으로, 누군가는 예술로. 오늘의 나는 순대국 한 그릇으로.
농민백암순대
서울 강남구 선릉로86길 40-4 1층
미오 @rumee
한편의 시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