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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에 대한 기억..을 술기운을 빌려 작성합니다. 몇년 전, 저는 사고로 발등의 인대가 끊어졌고 그길로 수술을 받아야했어요. 수술받은 장소는 순천향대병원이었습니다. 퇴원하고 첫 진료를 받으러 갔던 날 갔던 가게가 매기였어요. 순천향대병원 건너편에 있었으니까. 다치기 전 마지막 여행이 홍콩이었던 탓에, 홍콩에서 먹었던 에그누들과 완탕면이 너무도 맛있었던 탓에, 매기에 대한 감상은 후할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만났던 매기는 정말 제게 큰 울림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쑥대밭이 되고 사람 한명 없을때조차도 묵묵히 가게를 지키시던 사장님네 가게를 자주 가지는 못했어요.애초에 제가 그리 큰 셀링포인트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고(알쓰에 엄청난 대식가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이태원일대의 상대적 고가물가도 한몫했습니다. 그럼에도 이태원에 가는 날이면 꼭 들러서 가게를 지켜보았었어요. 이태원맛집을 흔히 물어보는 지인들에게 가게를 추천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좀 잠잠해진 뒤 찾아갔더니 사장님이 하시던 말씀.. '정말 한동안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였었어요. 코로나 때보다 더해요.' 흩어지는 사장님의 옅은 미소에 진짜 너무 속이 상했었던 그때도 아마 과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진 돈 다 털어서라도 내 지출이 사장님께 기운이 되길 바라며. 그런 가게가 이태원 한복판으로 이사를 오고, 이사한 주에 어머니를 모시고 갈 정도로 저는 여길 아주 좋아했습니다. 분위기도 근사해졌고, 사람도 예전보다는 많겠지 했습니다. 이태원 한복판이니까... 정말 괜찮을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으레.. 생각이 나고도 자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정말 괜찮을 것이라고요. 사장님 메뉴라면 정말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고요. 아니었어요. 인스타그램을 잘못 눌러 켜고 제일먼저 든 피드에 매기가 뜨고 영업일이 오늘까지라는 것을 본 순간 왜?? 하고 최근 인산인해로 복작복작해야할 금요일밤의 종로일대가 떠올랐습니다. 치솟은 물가와 홀쭉한 지갑.. 도착한 이태원일대엔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적었습니다. 새 장소를 찾으시는 중이시지만, 어제는 삼각지일대를 생각하신다고. 원래있던 가게의 저녁시간대를 생각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머리를 쥐어짜고 새 장소로 추천할만한 장소들을 드리고 어떻길 원하세요 여쭈니 '장소도 좀 있고 사람이 바글바글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와 이태원으로 사람이 그리워지신 게 너무 느껴졌어요. 정 많은 사장님덕에 와인도, 좋아하는 오이무침도, 닭껍질튀김도 서비스로 듬뿍 받고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보낼순 없지만 보낼수밖에 없어 너무 아쉬웠던 밤. 그리고 매기. 사장님 화이팅!

매기

서울 용산구 보광로59길 29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