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쁜지
4.5
6개월

오리지널 냐옹지마의 귀환, ‘토리냥’ 작년 이맘때쯤 냐옹지마에 대해 낮은 평가를 남겼던 적이 있습니다. 가격 대비 괜찮긴 했지만, 그 특유의 정체성과 손맛이 희미해졌던 시기였죠. 사실 그 무렵, 냐옹지마를 운영하던 사장님은 설입에 양갱집을 새로 열면서 기존 냐옹지마는 지인에게 넘기셨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5월 중순, 익숙한 손맛이 돌아왔습니다. 초기 냐옹지마와 스시 오오시마를 이끌던 사장님이 ‘토리냥’이라는 이름으로, 냐옹지마 인근에서 다시 시작하신 겁니다. 처음엔 “이 근처에 또?” 싶었지만, 영수증에 적힌 ‘냐옹 주식회사’라는 이름을 보며 단순한 유사 매장이 아니라, 본인의 브랜드를 다시 잡아가는 시작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냐옹지마는 오센 스타일로 5만원 코스 구성. 반면 토리냥은 예전 냐옹지마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1,500원부터 5,000원 사이의 안주를 골라 즐기는 이자카야 방식이고, 소주와 기린 생맥주는 각각 6천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예약 시스템은 아직 없습니다. 5시 오픈 기준, 평일에는 4시 20분쯤 도착해 대기표를 작성하면 바로 입장이 가능하고, 4시 30분부터는 상황이 조금 간당간당해집니다. 편의점 하나 건너 있으니 이름 적고 잠깐 쉬었다 오면 됩니다. 예전처럼 혼자 운영하시는 구조는 아니고, 현재는 직원 세 명과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좌석은 바 자리 15~16석 정도. 그 중 일부는 단골 전용으로 보이고, 매장 중간에 꼬치 전용 화덕이 있어 꼬치만 굽는 전담 직원도 따로 있습니다. 아직 운영 초기라 실수가 조금씩 보일 수 있지만, 그 손맛은 여전했습니다. 간결하고 소박한 구성 속에서 입맛을 끌어당기는 감각은 여전하더군요. 1인 사시미(17,000원)는 양도 훌륭했고, 느물한 숙성회가 아닌 살짝 단단한 질감이라 개인적으로 더 좋았습니다. 전어 새끼 초밥(1,500원)은 감탄이 절로 나왔고, 튀김은 양이 꽤 많아 세 종류나 시킨 건 조금 과했네요. 새로 추가된 메뉴들도 좋았습니다. 스지 조림은 가격대에 비해 굉장히 만족스러운 안주. 간이 과하지 않아 먹기 편하고, 입안에서 까득하게 씹히는 스지 특유의 식감이 제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오뎅 5종 역시 5천원이란 가격이 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시장 오뎅집에서도 오뎅 하나에 천원 정도인데, 사시미처럼 찬 음식과 곁들이기엔 이 따끈한 국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후토마끼도 1개 1,500원이면 시켜야죠. 계란은 이자카야 디저트 느낌의 교쿠 스타일로 마무리가 좋았고, 참치는 꽤 실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식사류로는 전복 냉우동이 나왔는데, 이 집 면요리는 전체적으로 간이 좀 센 편입니다. 특히 새콤함이 꽤 강하게 들어가 있어 저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람에겐 조금 짜거나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술자리를 마무리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강한 간이 꽤 적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전복도 넉넉히 들어가 있고, 마무리로 부족함 없는 구성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시키다 보니 주문 수는 어느새 19개. 안주값은 70,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이 구성이라면 혼자 가도 5만원 정도에 4~6가지 정도만 골라서 사시미 포함 충분히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요. 아직 인스타그램이나 유명 블로거들에 포스팅이 많지 않아 지금이 가장 여유롭게 즐기기 좋은 타이밍입니다. 조만간 뽈레 모임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토리냥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45길 19-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