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위를 고등어가 덮고 있는 이유 근처에 일 보고 있다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아 오픈 시간에 맞춰 숙대 ‘키보 에다마메’로 향했습니다. 11시 15분쯤 도착해서 웨이팅 걸어두니 8번. 첫 입장조가 보통 9~10명 정도라 무난히 1타임에 들어갑니다. 전화번호 입력하고 산책하다 보면 입장 연락이 옵니다. 예약 시스템 덕분에 줄 서 있는 사람들로 옆가게와 갈등 생기는 일도 없고, 기다리는 손님도 편하고요. 이 시스템이 한 달에 10만 원대면 쓸 수 있다던데, 더 많은 가게에서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게는 예전엔 동네 슈퍼였을 것 같은 구조에, 연두색을 적절히 포인트로 써서 상큼한 인상을 줍니다. 내부는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시스템이고, 이날은 마파두부랑 고등어 볶음밥 사이에서 잠깐 고민하다가 이 집에서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고등어 볶음밥을 선택. 사이드로 명란 감자 사라다도 하나 곁들여 봅니다. 먼저 나온 명란 감자 사라다. 위엔 방울토마토 하나, 사이사이 명란 크림과 쪽파가 감자 사이를 채웁니다. 감자는 전부 으깨기보단 살짝 식감이 살아있게 뭉쳐 있어요. 간은 감자 자체엔 거의 없이, 명란 크림에 집중돼 있습니다. 강렬하진 않지만 한 입씩 떠먹기 딱 좋은 정도. 짭쪼름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한국 입맛, 그중에서도 최근에 짠맛 덜 먹는 쪽에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스타일이 일본식 요리를 우리 식에 맞춰 자연스럽게 풀어낸 예로 보기 좋습니다. 요즘 백반집이나 함바집 같은 곳에서 간을 전부 같은 소스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처럼 요리마다 간의 결을 조절해주는 집이 흔치 않아서 더 반갑기도 하고요. 이런 다채로움을 깎아먹는 게 어쩌면 표준화된 요리 콘텐츠, 특히 백종원 레시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드디어 등장한 고등어 볶음밥. 고등어가 보기 좋게 나오긴 어려운 식재료인데, 뼈 바르고 윤기 있게 구워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볶음밥은 중국식 볶음밥보다는 일본식 차항 스타일이고, 불향은 느껴지지만 전체 간은 절제돼 있습니다. 노란 볶음밥 위에 고등어가 가지런히 얹혀 있는 비주얼도 좋고, 맛도 깔끔하게 빠졌습니다. 고등어 살은 부드럽고 기름기나 잡내도 잘 잡혀 있어서, 비린내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작은 팁 하나 드리자면, 고등어는 꼬리부터가 아니라 기름 많은 몸통부터 드시길 추천드립니다. 기름진 부위에서 담백한 부위로 넘어가는 순서가 밸런스가 더 좋습니다. 이름처럼 흑백요리사 간귀(鹹鬼)의 간 조절이 인상적인 집. 에다마메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실은 ‘볶음밥을 잘하는 집’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다음엔 마파를
키보 에다마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6길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