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역 근처,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평범한 골목에 ‘元盛飯店’이라 적힌 간판 하나. 간판도 바래고 외관도 별거 없어서 누가 봐도 동네 노포 중국집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원성반점은 그렇게 만만한 집이 아닙니다. 쌍문 원성반점, 여기 간짜장은 다릅니다 1970년대 말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곳. 화교 가문에서 시작해, 그 시절 방식 그대로 간짜장을 볶아내는 집입니다. 이 말은 곧, 지금 유행하는 ‘블랙 짜장’도, 감칠맛 폭발하는 ‘MSG 간짜장’도 아니라는 거죠. 요즘 입맛엔 심심하다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게 또 질리지 않고, 이상하게 돌아서면 생각납니다. 가게 내부도 별거 없습니다. 낡은 테이블, 빛 바랜 메뉴판, 말없이 웍 돌리는 사장님. 아무 데나 앉아 아무 말 없이 먹고 나올 수 있는 곳이란 얘기죠. 전화로만 주문 받는 것도 여전하고요. 면은 노란 중화면. 배달을 고려해 소다 들어간 면인데, 그렇게 말하면 또 고개 젓는 사람들 있죠. 근데 한 젓가락만 먹어보면 고개가 다시 돌아옵니다. 탱탱하게 잘 삶아진 면이 꾸덕한 소스를 착 감아안습니다. 거기에 적당히 아삭한 양파랑 고소하게 볶은 돼지고기. 심플한 구성인데 이상하게 젓가락이 안 놓여요. 소스는 ‘딱 거기까지’입니다. 요즘 짜장처럼 달지도 않고, 간장처럼 짜지도 않아요. 춘장의 고소한 풍미가 묵직하게 깔리고, 감칠맛은 기분 좋게 남습니다. 짜장면의 원형에 가까운 맛이라 해야 할까요. 이 집 간짜장을 먹고 나면, 요즘 흔한 짜장면들이 왜 그리 바빠 보였나 싶습니다. 꾸덕한 한 그릇이 묵직하게 남는 그 여운. 호들갑 없이, 존재감은 확실한 그런 간짜장.
원성반점
서울 도봉구 노해로 233-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