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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3.5
5개월

홍대 진진야연 바로 옆, 낮 시간대만 문을 여는 중식당 ‘진향’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중식계에선 보기 드문 이름이죠. 바로 왕육성 사부님이 직접 웍을 잡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집입니다. 실제로 왕사부님은 평소 진진야연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조리에 참여하시고, 이 진향은 말 그대로 사부님의 ‘점심 전담’ 공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진향은 소박한 공간에서 몇 가지 식사 메뉴만 조용히 운영합니다. 이날은 가지 간짜장과 수제 군만두를 주문했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만두를 가져다주시는 분이 바로 왕육성 사부님이셨거든요. 굽다가 두 개가 터졌다고, 너무 죄송하다며 반값만 받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유명 셰프의 격식보다는 사람이 먼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짧지만 인상 깊은 교감이었죠. 만두는 두 개가 터져 육즙이 다 빠져버려 퍽퍽했지만, 나머지 하나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바삭한 겉면, 적당히 촉촉한 속, 베어 물자 퍼지는 육즙이 좋았고, 이 집이 왜 만두로도 언급되는지 알겠더군요. 조리 편차는 분명 있었지만 잘 된 한 점만으로도 이 집의 잠재력은 느껴졌습니다. 가지 간짜장은 전통적인 짜장면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묵직하게 볶은 장맛보다는 깔끔하고 감칠맛이 강한 스타일. 짭조름한 맛보다는 단맛이 살짝 묻어나는데, 이것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저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매우 착해서, 이 정도 짜장면을 이 금액에 먹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마치 호텔 중식당에서 나올 법한 완성도 높은 소스를, 훨씬 더 가볍게 만날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전반적으로 조리 편차가 존재하는 집입니다. 특히 멘보샤는 호불호와 복불복이 심하다는 이야기도 많고요. 식사류는 안정적인 편이지만, 사부님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약간의 기복이 있을 수 있다는 건 감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설의 웍과 정직한 태도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쯤은 충분히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집입니다.

서교동 진향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