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쁜지
3.5
6개월

삼각지와 용리단길은 오랜 시간 공존해온 노포와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 생겨난 신상 식당들이 묘하게 뒤섞여 있는 동네입니다. 오래된 식당들은 ‘과대평가다’, ‘위생이 별로다’, ‘불친절하다’ 같은 이야기를 듣기 쉽고, 새로 생긴 식당들은 대부분 자본력 있는 사람들이 푸드 컨설턴트를 끼고 외형만 그럴듯하게 꾸민 경우가 많죠. 그런 와중에 삼각지 골목 어귀에 조용히 자리 잡은 ‘삼각지 국밥’이라는 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흔한 기획 식당 같았습니다. 이름부터 국밥, 위치는 삼각지, 마케팅 포인트가 딱 뻔하겠다 싶었죠. 하지만 몇몇 신뢰 가는 뽈레 회원님들의 반응이 의외로 나쁘지 않더군요. 마침 근처에 들를 일이 있어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가게는 삼각지역 인근 좁은 골목 안에 있습니다. 위치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 지도 앱을 켜고도 한두 번쯤은 고개를 갸웃하게 될 정도입니다. 근처에 ‘취양’이라는 고급 한우 오마카세가 있는데, 이 국밥집이 바로 그 취양에서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집 메뉴는 단출합니다. 해개장과 달개장, 두 종류뿐입니다. 해개장은 육개장 스타일, 달개장은 소고기무국 계열로 보입니다. 저는 해개장을 주문했는데, 대파가 아낌없이 들어가 향부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국물 맛은 의외였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육개장처럼 맵고 진한 스타일이 아니라, 기름기 없이 멀끔하고 담백한 쪽에 가깝습니다. 대파와 무에서 우러난 단맛이 중심이고, 고기도 큼직한 살코기 덩어리로 제법 넉넉하게 들어 있습니다. 보통 요즘 유행하는 기획 국밥집들은 보여주기식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집은 되레 반대로 가는 느낌이랄까요. 자극적이지 않고, 짜지도 맵지도 않으며, 기름지지도 않아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합니다. 국밥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평소 국밥을 부담스러워했던 분들에겐 새로운 입문용 국밥으로 잘 어울릴 듯한 맛입니다. 의외의 방향으로 잘 다듬은, 조용한 한 그릇이었습니다.

삼각지 국밥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가길 8-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