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의 향이 살아있는 한 그릇 오래된 간판이 정겹게 붙어 있는 안동장. 을지로 한복판,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규모라 점심 피크 시간인 12시에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 집의 간판 메뉴는 굴짬뽕. 이름만 들으면 얼큰하고 진한 국물을 기대하기 쉬운데, 막상 받아든 그릇은 첫인상부터 다릅니다. 국물은 맑고 붉지 않으며, 들이켰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건 강한 자극이 아닌 굴 특유의 짭짤하고 깊은 바다 내음입니다. 불맛도 매운맛도 없이, 굴 그 자체로 밀고 나가는 방식. 굴철은 지났지만, 그 질감은 여전히 탱탱하고 실하며 입안에서 터질 듯한 풍미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해물은 따로 없이, 굴과 야채, 돼지고기 조금이 전부인데 오히려 덕분에 굴의 맛이 더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기름기는 제법 있는 편이라 입술에 살짝 감기지만 국물 자체는 심심할 정도로 간이 약해 균형을 맞추려 한 느낌. 면은 중간 굵기의 탄력 있는 면발. 국물에 눅눅해지지 않고 끝까지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씹을 때마다 굴 향이 면과 어우러져, 기름지고 묵직한 국물 없이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짬뽕이라기보다는 굴국수, 혹은 잘 만든 굴우동에 가깝습니다. 화끈한 매운맛이나 불향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굴의 향과 국물의 투명한 깊이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은 꼭 들러볼 만한 한 그릇입니다.
안동장
서울 중구 을지로 12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