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끝에 만난 한적함 을지로는 갈만한 카페가 의외로 드뭅니다. 너무 인스타그래머블한 곳들만 모여 있는 느낌이라 굳이 찾아가지 않았죠. 그중에서도 힙지로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커피사 을지로를 드디어 가봤습니다. 처음부터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도대로 골목 안쪽으로 파고들면 거의 반드시 헤맵니다. 큰길가에서 시작되는 넓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동선이 단순해집니다. 건물 위층에 자리한 공간이라 간판을 놓치기 쉽습니다. 문 앞 작은 표식을 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초행이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을지로에서 장소 찾는 것도 일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힙지로 특유의 미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과시보다는 비움에 가까운 세팅이라 첫인상이 담백합니다. 가구는 새것보다 오래 쓰인 사무용 집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어 묘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공간은 넓게 써서 동선이 시원합니다. 웅성거리는 소음이 많은 편은 아니고 자리가 띄엄띄엄 배치되어 한숨 돌리기 좋습니다. 주중 오후에 방문하면 한적함이 장점으로 살아납니다. 창밖 뷰가 탁 트인 편은 아니지만 손질된 화분들이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빛이 깊게 들어오지 않아도 차분히 앉아있기 좋은 톤입니다. 사진을 위한 곳이라기보다 쉬어가기 좋은 성격이 더 강합니다. 커피 가격은 요즘 을지로 시세와 비슷하거나 살짝 위입니다. 맛의 임팩트가 강한 타입은 아니고 무난하게 마시기 좋았습니다. 한 잔 비우고 나니 공간 덕분에 더 오래 앉아 있게 되는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커피사 을지로는 길 찾는 과정부터가 이 동네 경험의 일부가 됩니다. 화려함 대신 비워둔 여백, 그 여백 덕분에 쉬어가기 좋은 장소. 을지로에서 잠시 소음을 벗어나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될 카페입니다.
커피사 을지로
서울 중구 을지로 142-1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