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에서 경양식 한 상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면, 첫 접시에서 바로 생각이 바뀝니다. 회현카페는 메뉴가 하나라 앉으면 곧바로 조리에 들어가요. 조금 기다리긴 하는데, 그 기다림이 납득되는 타입입니다. 승부는 멘치카츠와 데미그라스에서 끝납니다. 겉은 얇게 바삭하고 속은 단단하게 쫀득해요. 멘치 특유의 거친 질감이 거의 없어서 함박처럼 착각할 정도로 매끈합니다. 그런데 씹을수록 고기 향이 또렷하게 올라와요. 데미그라스는 달거나 묵직하게 끌고 가지 않고, 깊이만 남겨서 고기 맛을 정리해줍니다. 소스가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방식이라 인상적이었어요. 치킨난반은 닭다리살이 튼실하고 보드라워서 튀김인데도 퍽퍽함이 없습니다. 타르타르는 느끼함을 덮기보다 산뜻하게 정돈해 주고요. 새우카스는 큼직하고 탄력 좋은데, 다른 구성이 강해서 조용히 제 몫을 하는 느낌입니다. 나폴리탄은 케첩으로 밀지 않고 토마토 소스 중심이라, 한 상의 마지막을 깔끔하게 잡아줍니다.
회현카페
서울 중구 퇴계로2길 9-8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