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소사경찰서 근처, “이런 데 식당이 있었나?” 싶은 언덕 중턱에 인하찹쌀순대라는 작은 가게가 있다. 찾아가는 길은 두 가지다. 부천역 쪽에서 오르면 200m 남짓이지만 제법 된 오르막이고, 반대로 위쪽에서 내려오면 300~400m 거리지만 내리막길이라 훨씬 수월하다. 처음 찾는다면 가능하면 내리막 쪽 루트를 추천하고 싶다. 이런 언덕 위 작은 골목 식당이지만, 순대국 기본 가격이 1만 원, 특이나 순대 추가 메뉴는 1만 1천 원 정도로, 가격대에 제법 자신감이 느껴진다. 순대국 한 그릇과 찹쌀순대 반 접시를 주문했다. 가게 안은 아담하지만, 홀 아주머니들의 살가운 웃음과 친절한 응대 덕분에 따뜻한 분위기가 감돈다. 가게 사람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손님도 금방 느끼게 마련인데, 이곳도 그런 좋은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먼저 나온 찹쌀순대는 찹쌀 함량이 높아 쫄깃하고 촉촉했다. 몇 개 연달아 먹다 보면 살짝 퍽퍽한 느낌도 있지만, 묵직하게 ‘밥 먹는’ 만족감을 주는 순대였다. 특히 간이 인상적이었다. 식은 상태에서도 꼬들꼬들 살아 있고, 퍽퍽함 없이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간은 흔치 않다. 뒤이어 등장한 순대국은 특이하게 녹그릇에 담겨 나왔다. 그릇 사이즈도 넉넉하고, 국물에는 기본적으로 다대기가 살짝 풀어져 있었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보니, 서울식 순대국과는 결이 확실히 달랐다. 일반적인 고기 국물의 눅진함 대신, 훨씬 가볍고 맑은 맛이 느껴졌다. 개운하면서도 깊은 맛이 밑바닥에 깔려 있고, 창평국밥 같은 곳에서 느꼈던 담백하고 쿰쿰하지 않은 국물 맛과도 닮아 있었다. 고기 잡내는 전혀 없었다. 돼지 국물 특유의 무거운 맛 없이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국밥 안에 들어 있는 고기들은 육향이 강하진 않지만, 깔끔하게 삶아져 있었다. 특히 고기는 뜨겁게 데운 스타일이 아니라 약간 식혀서 꽈득꽈득한 식감이 살아 있었는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쫀쫀한 고기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만족할 맛이었다. 순대는 국밥에 다 넣기보단 따로 먹는 쪽이 좋았다. 밥순대 스타일이라, 국밥에 많이 넣으면 ‘밥에 밥을 더하는’ 느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특으로 시켜 고기와 부속을 푸짐하게 즐기고, 순대는 반찬처럼 한두 점 곁들여 먹는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테이블에는 초장이 기본으로 준비돼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처럼 순대를 초장에 찍어 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풍미가 좋은 순대는 사실 소금에 찍어 먹는 쪽이 더 어울리지만, 가끔 초장에 찍으면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가게 앞에는 요즘 보기 드문 구식 커피 자판기가 서 있었다. 현금이 없어 밀크커피 한 잔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골목을 내려섰다.
인하 찹쌀순대
경기 부천시 소사구 심곡로34번길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