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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5
7개월

홍대 라멘집 멘도무카우의 부타시오는 첫 숟가락부터 확실히 다릅니다. 분명 일본식 라멘인데, 어딘가 익숙한 고기 육수의 향. 일본식 청탕 라멘의 맑고 깊은 맛 속에 묘하게 밥을 부르는 느낌. 이거, 어디서 많이 느껴본 맛인데요. 딱 떠오른 건 일미집 감자탕 국물이었습니다. 감자탕이라 하면 걸쭉하고 얼큰한 국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일미집은 다릅니다. 맑고 투명한 국물에 돼지뼈 향이 깊이 배어 있고, 과하지 않은 염도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마무리. 부타시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 가지, 멘도무카우는 훨씬 더 정제돼 있고 부드럽게 정리된 맛이 납니다. 일미집 국물이 다소 거친 손맛이라면, 멘도무카우의 부타시오는 시간과 온도를 치밀하게 조절한 손맛. 비슷한 맛을 내지만 방향성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는 건, 세 가지 고기. 삼겹살은 말랑하고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목살은 육즙이 풍부한 쫄깃함, 전지는 결이 살아 있는 담백함을 보여줍니다. 같은 돼지고기지만 각기 다른 부위가 내는 식감이 달라서 씹는 재미도 있습니다. 한 그릇 안에서 고기의 다양한 얼굴을 맛보는 느낌이랄까요. 멘도무카우는 자체 제면한 면도 자랑거리입니다. 통밀가루로 만든 면은 일반적인 일본라멘보다 탄력 있고 씹는 맛이 확실합니다. 맑은 국물에 잘 붙고, 탄력 있게 돌아오는 식감이 국물과 딱 맞물려서 끝까지 지루하지 않습니다. 가게 이름인 ‘멘도무카우(麺と向かう)’는 말 그대로 ‘면과 마주한다’는 뜻. 면과 국물, 고기의 조합 하나하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이름입니다. 실제로 가게는 라멘 한 그릇에 얼마나 깊은 고민이 들어갔는지를 말해줍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하고 단단하게. 특히 부타시오는 그런 멘도무카우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메뉴입니다. 이 정도면 그냥 일본식 라멘의 탈을 쓴, 정제된 한국식 돼지 맑은국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경계 어딘가에서, 멘도무카우는 자기만의 맛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멘도 무카우

서울 마포구 동교로18길 41 월드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