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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0
1개월

여의도가 18년, 19년쯤 대형 건물 리모델링을 하면서 유명 식당 분점들이 꽤 들어왔는데, 의외로 오래 버티는 집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다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본점을 접고 여의도로 들어오거나, 미슐랭급 셰프들이 직접 분점을 챙기거나, 아예 세컨드 브랜드를 내는 경우도 많아졌죠. 확실히 퀄리티가 예전보다 많이 올라갔습니다. 카키코우죠는 연남동 하쿠텐의 세컨드 브랜드입니다. 하쿠텐은 지금 서울 라멘집 이야기할 때 빠지기 힘든 집이고, 대기도 길기로 유명한 곳이라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위치는 여의도 농협재단빌딩 지하입니다. 개인적으로 농협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농담으로 로또 당첨금 받으러 가는 거 아니면 농협 안 간다고 하는데, 이 건물 지하에 맛집들이 꽤 모여 있다 보니 몇 년에 한 번씩은 오게 됩니다. 간판은 살짝 아쉽습니다. 일본식 한자와 문자 위주라 처음 보면 이게 카키코우죠인지 하카타분코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위에 영어로 라멘 팩토리라고 적혀 있어 찾았습니다. 주문은 문 앞 키오스크에서 합니다. 기본 카키라멘이 13,000원이고, 맛계란과 치즈밥까지 추가하면 16,000원 정도 나옵니다. 여의도 물가를 생각해도 살짝 비싸다 싶은데, 국물을 한 입 먹고 나면 그 생각이 조금 누그러집니다. 오이 절임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이에케 라멘집에서 나오는 절임류를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긴 물컹하고 짜기만 한 스타일이 아니라 살짝 아삭하고 단짠이 있습니다. 일본식 그대로라기보다는 한국 손님 입맛에 맞춘 느낌입니다. 치즈밥은 국물을 부어 리조또처럼 먹는 방식입니다. 사실 엄청 특별한 구성은 아닌데, 이 집은 굴맛이 진한 국물을 넣어 먹는 거라 확실히 잘 어울립니다. 라멘만 먹기 아쉽다면 추가해도 괜찮습니다. 라멘은 얇은 차슈 두 장, 멘마, 김이 올라가는 구성입니다. 구성만 보면 13,000원 치고 살짝 아쉬울 수 있는데, 국물이 꽤 강합니다. 농축된 굴향이 훅 들어오고, 목에서부터 위장까지 “구우우우우울” 하고 외치는 맛입니다. 면은 살짝 두텁고 꼬들한 스타일이라 진한 국물이 잘 붙습니다. 굴국밥 잘하는 집에서 느껴지는 첫입의 굴맛이 끝까지 이어지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하쿠텐의 이에케는 제 기준 살짝 버거울 정도로 진했는데, 여긴 진하지만 국밥을 좀 짜게 먹는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차슈도 무난하게 잘 만들었고, 맛계란 반숙도 좋았습니다. 다만 계란은 조금 더 깔끔하게 잘라 올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진한 라멘은 역시 김에 싸 먹을 때 맛이 좋습니다. 늘 김 추가를 고민하게 되는 맛이죠. 전체적으로 굴을 좋아한다면 꽤 만족할 만한 라멘입니다. 굴이 들어간 라멘이라기보다는, 굴이 라멘 형태로 나온 쪽에 가깝습니다. 라멘을 처음 먹는 분이나 짠맛에 약한 분에게는 조금 진할 수 있지만, 라멘을 몇 번 드셔 본 분이라면 꽤 좋아할 만한 집입니다.

카키 코우죠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2 농협재단빌딩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