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근처에 왔다가 밥 생각은 별로 없고, 술이나 한잔해야겠다 싶어 신당시장 쪽으로 쓱 들어섰는데, 마침 옥경이네 건생선이 막 오픈하고 있길래 오픈런으로 입장했습니다. 아무래도 줄 서서 먹는 술집은 혼자 가기 좀 애매한데, 오픈런을 하면 괜히 눈치 볼 일도 없고 호젓하게 낮술하기가 좋죠. 사장님 성함이 임옥경님이라고 하십니다. 들어가며 혼자 속으로 “고개 숙인 옥경이~” 하고 흥얼거렸는데, 허밍 정도라고 생각했던 게 직원분들께 들렸나 봅니다. 겁나 민망했는데, 오히려 직원분이 받아 주셔서 살짝 같이 웃었습니다. 이런 식의 민망함은 또 시장통 술집에서만 생기는 맛이 있죠. 이 집은 건어물 전문점인데, 베스트를 우럭젓국으로 꼽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역시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건 갑오징어고, 단골들 사이에선 서대도 평이 좋더군요. 모둠은 가격대가 있어서 혼자 오면 아무래도 쉽지 않고, 이날은 그냥 갑오징어에 맥주 한잔으로 갔습니다. 기본찬은 투박한데 좋았습니다. 특히 미역국이 딱 그랬어요. 막 정교하게 만든 느낌은 아닌데, 오래 푹 끓여서 깊이 우러난 맛이 있고, 짭짤한 건어물에 술 한잔 마신 뒤 한술 떠먹기 좋았습니다. 이런 집에서는 오히려 그런 국물이 더 반갑습니다. 생맥이 있으니 생맥을 시켜야죠. 갑오징어도 금방 나옵니다. 예전에는 이 집이 조금 비싼가 싶었는데, 요즘 물가 생각하면 오히려 덜 오른 축이라 이제는 양과 퀄리티를 생각했을 때 아주 과하다는 느낌은 덜합니다. 원래는 살짝 비싸 보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적당해진 집, 그런 부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고추마요 소스는 역시 요물입니다. 보기보다 양도 꽤 됩니다. 둘이 와서 소맥 두 병씩 마셔도 될 만한 느낌이고, 애매한 시간에 술안주 겸 들어오면 따로 밥 생각이 안 날 정도는 됩니다. 맛이 막 환상적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그런데 이 집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갑오징어는 이런 맛이지’ 하는 그 기준점 같은 맛이 납니다. 생각보다 못한 곳이 은근 많은데, 여기는 딱 기대한 갑오징어 맛이 나요. 하나 집어 소스에 푹 찍어 먹으면 겉에는 살짝 불맛이 감돌고 속은 살캉합니다. 한가한 시간에 가서 그런지 익힘도 좋았습니다. 보통 이런 건어물류는 식으면 금방 질겨지거나 딱딱해지는데, 여기 갑오징어는 식어도 너무 뻣뻣해지지 않고 살캉한 결이 남아 있어 끝까지 먹기 괜찮았습니다. 유명세가 워낙 강한 집이라 이런저런 말도 많지만, 직원들도 친절하고 화장실 관리도 괜찮았고, 맛도 이 정도면 충분히 좋다고 느꼈습니다. 수산시장 근처에서 비슷한 가격대에 파는 건어물 안주집들과 비교해도 저는 이쪽이 확실히 더 낫더군요. 다음에는 서대나 우럭젓국도 먹어보고 싶은데, 혼자 가면 두 개 시키기가 애매해서 그게 제일 고민입니다.
옥경이네 건생선
서울 중구 퇴계로85길 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