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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0
12시간

그냥 무작정 처음 오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많이 밀리네요. 더 가다가는 점심을 못 먹을 것 같은 시간이라 적당히 을지로에서 내려 농가순대국으로 가 봅니다. 2시가 다 되어 도착했더니 제가 마지막 손님인 것 같습니다. 반찬으로는 시원하게 잘 익은 깍두기와 뭔가 희멀건한데도 칼칼한 김치가 나옵니다. 특으로 하나 주세요~ 했더니 많이 드려야겠다고 하시더니, 팔팔 끓는 국물을 내주십니다. 그런데 정말 고기를 왕창 넣어 주셨네요. 일단 가게 외관이나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오면 약간 쿰쿰하고 진한 스타일의 순대국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예상과는 조금 다릅니다. 역시 유튜버 말을 믿은 제가 잘못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ㅎㅎ 국물은 의외로 라이트한 돈사골 스타일입니다. 무겁고 진득하기보다는 가벼운 편인데, 그 안에 깊은 감칠맛이 상당히 풍부합니다. 국물 자체는 가볍지만 맛은 화사하게 퍼지는 느낌입니다. 약간 심란한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국물에서 느껴지는 넉넉한 감칠맛 덕분에 잠깐이나마 그런 마음을 잊게 되네요. 반면 고기에서는 꽤 야생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쿰쿰한 냄새가 강한 것은 아니지만 육향을 상당히 머금고 있고, 씹는 맛도 제법 있습니다. 머릿고기도 부위가 다양하게 들어 있고 내장도 여러 종류가 섞여 있네요. 큼직큼직한 내장은 고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드럽습니다. 순대는 당면순대 하나, 찰순대 하나씩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집들은 이름은 순대국이지만 사실 순대보다는 고기 먹는 맛으로 찾는 곳이죠. 윤기와 활력이 넘치는 고기와 부속을 한참 집어 먹었습니다. 특으로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도 넉넉하고요.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드리니 주인 할머니와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유난히 살갑게 인사해 주시네요. 이런 소소한 응대도 참 좋습니다. 푸짐하게 먹고 기분 좋게 나왔습니다.

농가 순대국

서울 중구 충무로4길 5 태창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