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제대로 된 노포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오구반점은 그런 면에서 명확하게 노포라고 할 만합니다. 1953년에 문을 열었다니 어느덧 73년, 3대에 걸쳐 이어온 중국집이죠. 상호의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오구반점은 이 집의 지번인 을지로 5-9번지에서 따온 이름이고, 카드 전표에 찍히는 대표자 이름도 왕오구입니다. 가게 주소와 상호, 대표자 이름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운명의 데스티니 같은 상호랄까요. ㅎㅎ 외관부터 오래된 집이구나 싶은 분위기입니다. 사실 오구반점은 10년 전도 아니고 15년, 20년 전부터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위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고, 아무리 오래된 화교 식당이라지만 서비스 마인드가 너무 떨어진다는 평도 꾸준히 있었죠. 그중 위생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중국집 위생이라는 게 다들 썩 좋은 편은 아니긴 하지만요. 서비스도 바쁠 때 가면 좀 거시기하지만, 한가할 때 가면 그냥저냥 괜찮습니다. 그래도 을지로의 다른 한식 노포들보다는 이 집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집에서 딱 한 자리만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데, 오후 3시쯤 찾아와 고량주 하나 시켜놓고 군만두를 먹으면 운치가 기가 막힙니다. 문제는 맛이죠. 간짜장과 만두를 주문해 봅니다. 간짜장 소스는 뭘 어떻게 봐도 가짜장에 가까운 비주얼입니다. 이 집 간짜장이야 원래 이런 스타일이라지만, 예전에는 채소라도 그때그때 볶아 준 티가 났는데 요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짜장면 소스를 덜어서 한 번 더 볶아주는 것 같은 모습이네요. 애매한 소스에 비해 면은 꽤 괜찮습니다. 얇으면서도 쫄깃한 스타일입니다. 만두는 제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그래도 군만두라고 부를 만한 모습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야끼만두에 가깝습니다. 면에 소스를 부어 보면 소스 자체는 꽤 빡빡하고 꾸덕한 편입니다. 슥슥 비벼 보면 밀도가 높은 것에 비해 묘하게 잘 섞입니다. 물기나 전분기가 살짝 느껴지기도 하는데, 면에 남아 있는 수분 때문인 듯합니다. 이렇게 안 좋은 소리를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잘하는 동네 중국집 간짜장을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맛입니다. 아무래도 힘든 일 하시는 분들이 시간을 쪼개서 빠르게 한 끼 먹고 가야 하니, 이런 식으로 빨리 나오고 달달한 스타일이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집 스타일의 간짜장을 좋아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죠. 그리고 짬뽕보다는 짜장류가 한결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집 오므라이스도 꽤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군만두. 예전에는 약간이나마 교자에 가까운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은 완전히 야끼만두가 됐습니다. 그래도 어떤 날은 희여멀건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은 확실히 튀겨진 만두가 나왔네요. 저는 이쪽이 훨씬 낫습니다. 이 집 군만두가 참 묘한 게, 그렇다고 맛이 없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겉 부분을 너무 튀기듯 굴려서 조금 과하게 익힌 느낌은 있지만 만두 자체의 맛은 꽤 좋습니다. 오늘은 바삭하게 구워진 만두피도 좋고 육즙도 잘 나옵니다. 속에 든 고기도 퍽퍽하지 않고요. 문제는 이게 올 때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어떤 날은 희여멀건해서 밀가루 맛이 나고, 육즙은 나오는데 터진 만두 사이로 다 새어 나오기도 합니다. 속을 먹다 보면 이게 고기인지 햄인지 헷갈릴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가끔 이렇게 제대로 잘 걸리는 날 방문하면 또 갈 만합니다.
오구반점
서울 중구 수표로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