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강 수제버거목은 베먹과과 썰먹과로 나눌 수 있다. 나날이 진화하고 번성하는 베먹과와 다르게, 썰먹과는 자연... 아니 인공선택설에 따라 한국 식태계의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필자도 먹기 불편하고 한번에 재료의 맛을 즐기기 힘든 썰먹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위기의 썰먹과를 다시 부흥시킬 돌연변이를 방이동의 작은 식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 곳의 이름은 <오키나와 블루>. 섬에서 이름을 따 온 것도 그렇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다양한 수제버거 종들을 보유 중이라는 점에서 마치 갈라파고스 섬을 연상시킨다. 고심 끝에 내가 데려온 친구는 베이컨 로제 버거(13.5). 꽤 오랜 시간 끝에 나온 음식의 비쥬얼이 예사롭지 않다. 큼지막하고 정성스럽게 조리된 버거 위에 베이컨과 토마토가 듬뿍 들어간 로제 소스를 한가득 끼얹었다. 버거라는 음식의 탄생 배경이 '빠르고 간편하게 먹는 패스트푸드'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 순리를 완벽하게 거스르는 메뉴다. 애매하게 따라갈 바에, 완전히 탈선해 보자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썰먹과 부먹의 DNA를 재조합한 이 버거는, 맛이 따로 논다는 썰먹 버거의 한계를 제대로 타파했다. 진득한 로제소스 안에 베이컨, 버섯, 토마토의 맛이 잘 녹아들어가 빵과 패티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재료가 소스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버거가 두껍지 않아 썰어먹기에도 편하다. 돌무더기처럼 쌓인 버거를 잘 썰어서 먹기란, 태권도장에서 겹겹이 쌓인 송판을 한번에 격파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송판 두세 장 정도면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색다르기만 한 게 아니라 기본기도 탄탄하다. 살짝 구워내 불맛이 살아 있는 번도 맛있고, 부드럽고 담백하면서도 안 부스러지고 형태를 유지하는 패티도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만큼 결과물도 더 돋보인다. 위쪽 번은 안 눅눅해지도록 소스를 다 부은 후에 올려놓은 센스도 깨알같다. 분명 사장님은 부먹과 찍먹 모두를 배려할 줄 아시는 배우신 분이다. 썰먹과 버거에 대한 신박한 해답을 제시한 오키나와 블루. 이 방이동의 작은 실험실이 마치 쥬라기 공원처럼 썰먹의 부활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키나와 블루
서울 송파구 오금로17길 7 영재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