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식사하실 거면 가지 마세요. 이 돈을 내고 먹을 퀄리티의 음식이 아닙니다. 늦은 밤 청담에서 돈 내고 분위기를 사서 간단하게 한 잔 하겠다 하면 그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가게 분위기는 "나는 핫플이다!"를 드러내놓고 외치고 있기 때문에 인스타에 담기에는 좋습니다. 먼저 로코 모코 라는 메뉴. 설익은 밥 위에 고기 조금, 구운 파인애플 조금, 계란 후라이 하나 올려놓고 데미그라스 소스 좀 부어놓고 저게 2만원이 넘습니다. 아무리 청담이라도 말이 안됩니다. 옆에 뭐라도 좀 더 얹어놓던가 하다못해 인스타 사진에 있는 당근 모양 데코조차도 없습니다. 맛은 그냥 데미그라스 소스에 비벼먹는 밥 맛입니다. 아무런 특별함이 없습니다. 이 돈으로 교촌 레드콤보를 먹으면 배터지게 먹고 다음날 또 먹을 수 있습니다. 그게 훨씬 낫습니다. 이베리코 프렌치 랙? 이베리코 돼지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손바닥 만한 고기에서 뼈에 붙은 부분 제외하고 마지막 사진에 나오는 크기의 순수 비계덩어리만 2덩어리가 나왔습니다. 동행이 도저히 이건 아니라면서 먹지 말라고 따로 잘라내둔 거고 하나는 제가 먹었습니다. 아까워서 먹었어요. 삼겹살 집에서 불판 닦는 비계 맛이 납니다. 먹을 수 있는 고기가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지방이 많은 부위라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걸 6만원 주고 먹는다는 건 내 지갑과 위장에 대한 폭력입니다. 사람은 그러면 안됩니다. 옆에 미니 배추 조금, 카레맛 소스 조금. 카레맛 소스를 왜 주나 했는데 고기가 너무 느끼하고 잡내가 나서 저 소스가 없으면 먹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요리가 30분이 넘게 걸리는데 주문할 때 안내도 못 받고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메뉴판에 작게 써놨다고 끝이 아니죠. 여기에 직원은 외국인 쓰더군요. 좋게 순화한 표현으로 외국인입니다. 청담 한복판에 이 돈 받고 이런 음식 팔면서 서버도 한국인을 안 쓴다? 외국인 분 대화도 제대로 안되고 자리에 앉았는데 접시랑 물컵만 덜렁 갖다주고 가버려서 물 좀 달라고 따로 얘기해야 했습니다. 저는 물이 셀프인 줄 알았네요. 가격이 비싸면 서비스 경험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이건 아니죠. 물론 모든 직원이 외국인인 건 아니고 그 직원 한 분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웬만하면 그냥 먹는 편이고, 이 가게는 이런 맛이겠거나 저 가게는 저런 맛이겠거니 하는 편인데 음식 먹고 나와서 이렇게 화가 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청담에도 여기보다 음식 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6만원이면 워커힐 가는 길에 둘이서 프렌치 랙 양갈비를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적은 돈 아닙니다. 다시는 갈 생각이 없으니 마주칠 일도 없겠지만, 부디 자신들이 제공하는 음식이, 그 음식이 주는 경험이 고객이 내는 금액에 합당한 값어치를 가지는지를 한 번만 고민해주시길.
아베크 청담
서울 강남구 선릉로 823 한양타운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