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인스타 감성을 전시해놓고 가격으로 뒷통수를 후리는 곳. 근처 병원을 들렀다 갈 만한 곳을 찾던 중, 와이프가 버터 푸딩이라는 것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은 곳인데 큰 실수였다. 카페는 1층과 2층, 그리고 루프탑 층이 있다고 하는데 루프탑은 잠겨있어서 올라가보지 못했다. 1층과 2층이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1층의 경우 주문 카운터가 있고 바 테이블 몇 자리 정도가 있는데 조명도 어두침침 하고 나름 느낌이 있는 편. 문제는 2층이다. 일단 인테리어는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의 공사판 인테리어인데 이게 힙한 느낌이 아니라 "나 힙하지? 힙하다고 해줘!" 라고 억지로 우기는 것 같은 그런 어설픈 느낌이 강하다. 딱히 사진을 찍어서 예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소품의 배치도 그냥 대충 던져놓은 느낌.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느낌이 전혀 없다. 거기에 가게 이름처럼 타포린 소재가 몇몇 군데 쓰였는데 뜬금없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힙하지도 않고 고급스럽지도 않고 그저 싼티만 나는. 거기에 계단은 좁고 험하며 시스템 에어컨에서 온풍을 계속 틀어놔서 그런지 실내는 엄청나게 건조했고, 일부 자리는 그 건조한 열풍이 직격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어서 자리는 있지만 앉을 수가 없는 자리였다. 그나마 한 가지 좋았던 건 창가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스피커와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이었다. 스피커 알못인 나로서는 그게 얼마나 좋은 스피커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카페에서 음악을 그렇게 틀어놓으면 쨍쨍 거리는 소음처럼 들려서 대화를 방해하곤 하는데 이 곳에서는 음악이 공간으로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 볼륨이 결코 작지 않지만 사람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 그거 하나는 괜찮았다. 주문한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필터 커피, 그리고 버터 푸딩이었다. 사실 인테리어는 그냥 거들 뿐, 별로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음식, 그리고 음식의 가격 이었다. 커피 2잔에 디저트 하나를 주문하고 찍힌 금액은 22600 원. 버거킹에서 와퍼 세트를 2개를 사먹을 수 있는 돈을 지불하고 받은 음식의 퀄이 너무 별로였다. 먼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스뎅 잔에 나오는데 잔 크기가 손바닥만도 못하다. 5300원 짜리인데 이 돈이면 스벅에서는 벤티를 마실 수 있다. 심지어 샷은 1개만 들어간 건지 밍밍한 맛에 얼음이 절반은 차지하는 저 잔을 보면서 기가 차기 시작했다. 옆에 내가 주문한 커피는 필터 커피였는데 종류가 여러가지 있어서 꽃 향기가 난다고 적힌 것을 골랐으나 이상하게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이 올라왔다. 이건 그래도 기본 아아 보다는 양이 아주 조금 많았으나 가격이 7500원이다. 말 같지도 않은 가격. 그리고 문제의 버터 푸딩. 이걸 왜 버터 푸딩이라고 부르는지 나는 힙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망원동에 이것과 똑같은 메뉴를 파는 곳이 있고 아마도 그걸 카피한 모양인데 그냥 초콜릿 녹인 데다가 크로와상 한 번 담갔다 빼서 아이스크림 두 덩이 올린 디저트 가격이 9800원 이라니. 그냥 초콜릿 묻힌 빵에 아이스크림 얹어 먹는 맛이다. 아무런 특별함이 없다. 버터같은 느낌도, 푸딩 같은 느낌도 없는 이 조잡한 디저트가 심지어 이 가격이라니. 와이프와 둘이 기가 차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꿈인가? 아니, 차가운 현실이었다. 히터 빵빵하게 틀어놓은 공간에서 아이스크림 금방 녹아서 물이 되는데 포크 말고 티스푼이라도 줘서 떠먹게라도 해달라. 그리고 쟁반에 공간 많이 남는데, 아이스크림 처럼 묻으면 끈적거리는 메뉴를 주문한 손님에게는 휴지라도 한두 장 기본으로 세팅해주는 정도의 배려를 바라면 내가 갑질하는 손놈이 되는 건가 모르겠다. 보통 맛이 없거나 별로인 카페에 가도 그냥 담에는 안 가면 되지 하는 편인데 여기는 다녀와서 아직까지도 화가 난다. 만약 여기가 북수원 핫플이라는 소식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은 아마 다시는 수원을 오지 않게 될지도 모를 거라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뒷통수가 얼얼하다.
타포린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8-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