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 근처에서 워낙 유명한 곳이라 꼭 한 번 가봐야지 하다가 오늘 드디어 방문. 수원 전통문화관 맞은편에서 한 블럭 아래로 내려와서 골목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그냥 얼핏 봐도 멋들어지게 보이는 한옥 입구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테이스팅 뮤지엄이다. 행리단길의 미식가의 주방 이라는 곳에 이어 사장님이 2호점 형태로 오픈하신 가게라고 한다. 한옥을 개조한 양식집이라는 것부터 일단 범상치 않은데, 입구에 들어가면 마치 미술관의 현대미술 느낌(?)처럼 왼쪽에 와인병을 이용한 조형물도 있고 공간도 분리가 되어있어 독특하다. 캐치테이블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는데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사장님을 조금 당황 시키긴 했지만 무리없이 입장하여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주문은 미리 예약했던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가지 라구, 그리고 "인도미타 그랑 리제르바 카베르네 쇼비뇽" 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와인도 주문했다. 나는 와인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아내가 골라주었다. 실내 공간은 테이블 간격이 아주 넉넉하고 테이블도 사이즈가 큰 편이라 아주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내부는 기본적으로 한옥의 형태를 살리고 조명 등은 서양식으로 더했는데 그 어울림이 조잡한 느낌 없이 자연스러워서 고민을 많이 하신 인테리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은 들어오는 입구 오른쪽에 있는데 화장실 내부도 널찍하고 쾌적하고 청결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에도 물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계셨는데 청소 중임에도 변기 커버 쪽은 미리 물기를 닦아놓으셔서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따뜻한 물도 잘 나온다. 스테이크는 우리가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그때 막 들어갔고 주문한 와인과 가지 라구가 먼저 나왔다. 그런데 이 가지 라구부터 기가 막혔다. 라구 소스에 고기가 풍성하고 풍미가 잘 살아있는 데다가 가지 2줄이 나오는데 그 양도 적지 않았다. 치즈를 누룽지처럼 만들어서 사이에 얹은 플레이팅도 좋았는데 가지와 치즈를 같이 잘라서 라구 소스를 듬뿍 얹어 먹으니 가지가 이렇게 맛있는 재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더해 와인도 적당한 단 맛과 드라이함으로 제법 괜찮게 어울렸다. 기대치가 올라가는 와중에 나온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그야말로 압권. 이정도 맛과 양의 토마호크 스테이크르면 8만원 가격이 아깝지 않다. 만약 북수원에 산다면 아웃백이나 빕스 갈 돈으로 이 곳을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단언컨대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 커팅이 어느정도 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큰 덩어리를 부여잡고 낑낑대면서 칼질할 필요도 없고 각자 한 덩어리씩 덜어서 썰어먹으면 된다. 고기칼도 각자 주신다. 새우살 부분 먼저 가져와 맛을 보는데 둘 다 눈이 둥그레질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 아내가 맛있는 걸 먹었을 때 리액션이 나보다는 좀 더 박한 편인데 너무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곁들여 나온 구운 버섯과 마늘도 크기는 자장하지만 양이 풍성하게 나와서 시각적 만족감을 주고 스테이크 다 먹을 때까지 넉넉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근래에 이정도 만족감을 받은 양식집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아주 훌륭한,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은 식사였다. 심지어 이 곳, 가격도 착하다. 와인도 2만원 대로 한 병을 마실 수 있었고 가지 라구는 비록 메인 요리가 아니긴 했지만 만 원 초반대로 다른 데 가서 이정도 요리 못 먹는다. 스테이크는 역시 양이나 퀄리티를 생각해보면 8만원 결코 비싸지 않다. 찾아보니 채끝살 스테이크가 올라간 리조또가 이 곳의 시그니쳐인 것 같은데 조만간 또 와서 리조또와 파스타도 먹어볼 예정이다. 무조건 재방 삼방 각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테이스팅 뮤지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71번길 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