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신을 맞아 특별히 방문한 곳. 워낙 웨이팅이 길다는 얘기가 많아서 작정하고 10시 반 되지 않아서 도착하도록 움직였는데 그래도 앞에 두 팀이 있었다. 오픈은 11시. 주말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오면 웨이팅을 꽤 길게 해야할 듯 하니 어른들 모시고 방문한다면 차라리 일찍 움직이는 것을 추천. 마방집의 마방은 예전 마굿간이 딸린 주막을 의미한다고. 요즘으로 따지면 주차장이 넓은 비즈니스 호텔 정도 될까? 아마도 예전 가옥을 가급적 그대로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공간의 규모 자체는 크지만 현대식 가옥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접객이 가능한 공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이고, 그래서 웨이팅도 더 많은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되어 안내를 받아 입장. 번호표 대신 마표를 주고, 아랫목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한 온돌방에 들어선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하기 힘든 경험. 방에는 방석만 덩그라니 존재하고, 방이 나뉘어져는 있지만 옆 방과의 파티션 역할을 하는 문풍지는 구멍이 숭숭 나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묘하게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벽에는 단촐한 차림표가 액자 형태로 걸려있다. 이런 소품 하나하나에서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우리의 주문은 한정식 4인분과 돼지 장작 불고기, 더덕구이. 그리고 중간에 소불고기와 더덕구이 한 판을 더 추가했다.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면 상이 통째로 들어온다. 올라가 있는 찬의 숫자에 비해 상이 좀 작아보인다는 느낌. 상이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지만 그건 그냥 작은 투정 정도. 상에는 온갖 나물과 된장찌개 두 그릇이 올라가 있고, 된장찌개는 뚝배기 아래에 초를 피워 식지 않고 계속 뜨겁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다 먹고 나면 이 초는 불어서 꺼주는 걸 잊지 말자. 뚝배기가 다 탄다. 일단 된장찌개가 걸작이다. 시판 된장 맛은 당연히 아니고, 쿰쿰한 집된장과도 결이 다르다. 강된장을 섞은 것일까? 살짝 얼큰하면서도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 뚝배기 사이즈가 야속할 정도로 맛있다. 부모님께서도 어릴 때 먹던 그 맛을 수십 년 만에 느껴보신다며 극찬하셨다. 나물은 겹치는 종류 없이 16종류의 나물이 상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담백하고 향이 풍부하여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돼지 장작 불고기는 살짝 매콤하고 불맛이 강하게 난다. 역시 양은 조금 아쉽다. 4인이라면 2개는 주문하는 게 좋겠다. 더덕구이는 된장찌개가 아니었다면 이 상의 넘버 원이 되었을 것이다. 살짝 구워 제대로 풍미를 살린 더덕구이를 꼭 불고기와 함께 먹어보아야 한다. 소불고기는 상대적으로 좀 약하다. 맛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도 맛볼 수 있는 정도의 맛이다. 그리고 살짝 달다. 자주 올 것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돼지를 2개 먹는 것이 좀 더 유니크한 맛을 즐길 수 있지 않나 싶다. 미리 세팅되어 나온 대접에 밥과 나물, 그리고 된장찌개 몇 숟갈을 넣어 비벼서 불고기와 더덕을 얹어 먹으면서 오랜만에 한정식 다운 한정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누가 블로그에 써놓은 것처럼, 음식의 맛만 한정해서 놓고 보면 된장찌개를 뺀 나머지는 음식맛 그 자체만으로 몇 시간씩 웨이팅을 할 맛은 아니다. 하지만 마방집이 자리잡은 이 공간에 대한 경험이 맛에 더해져 가치있는 맛으로 탈바꿈 한다. 현재 마방집 위치로 도로가 생기게 되어 한 2년 정도 후에는 이 경험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전에, 이번에는 장인 장모님 모시고 꼭 한 번 더 오고 싶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마방집
경기 하남시 하남대로 67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