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 코스 제 2탄으로 정한 곳. 조선 팰리스 호텔 뷔페인 콘스탄스다. 솔직히 너무 비싸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한 번은 가보고 싶었고 또 대게가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내가 게 요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대게만 많이 먹어도 본전은 찾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큰 맘 먹고 방문했다. 평일 디너 16.5만/인. 요즘 물가가 미쳐서 그런가 예전처럼 와 이 가격 미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다 미쳤으니까.. 처음에 입장하며 정면에 디저트 파트가 한가득 시선을 압도한다. 여기서 왼쪽은 층고가 굉장히 높아서 공간 자체가 굉장히 우아하고 쾌적하다는 느낌이 든다. 값어치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예약 순서대로 창가부터 자리를 예약해준다고 하는데 나는 예약이 조금 늦어서인지 창가 자리 바로 옆자리였다. 하지만 창가 자리를 딱히 고집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창밖 뷰는 그냥 강남 도심뷰이고 야경이 예쁘거나 하지 않다. 차라리 실내가 훨씬 멋지다. 디저트 파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중식, 고기, 한식 등의 파트와 다른 좌석들이 있는데 이쪽은 층고가 낮고 뭔가 결혼식장 뷔페 느낌이 나서 나는 살짝 별로였다. 가급적 디저트 파트 왼쪽 자리를 예약하는 게 좋겠다. 워낙 핫한 곳이라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너무 많으니 파트별로 간단하게 감상만 적어보자면, 먼저 해산물 파트. 초밥과 회, 게 다리 찜과 가리비 등등이 있는데 이 중에 최고는 초밥 세트 중 관자 초밥과 가리비다. 연어도 초밥이 세트만 아니었다면 가리비 초밥만 몇 개를 가져왔을텐데 부담스러워서 한 판만 가져왔다. 다른 초밥도 괜찮은 편이지만 관자 초밥이 두툼하고 신선해서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가리비는 몇 번을 가져다 먹어도 좋을 정도로 좋았다. 상대적으로 게는 그닥.. 게 비린내도 살짝 나고 무엇보다 금방 질렸다. 차라리 가리비를 많이 먹는 게 낫다. 중식 파트에서 제일 맛있었던 건 하가우. 딤섬이 세 종류였는데 셋 다 피가 좀 두꺼운 편이었지만 그 중에서 하가우는 그게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았다. 워낙 하가우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웬만한 딤섬 전문점에 가도 이정도 맛있는 하가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 탕수육, 팔보라조, 아스파라거스와 관저 요리, 칠리 크랩 등등이 있었는데 굳이 여기서 중식으로 배 채울 일이 있나 싶어서 조금씩 맛만 봤다. 다 나쁘지 않은 편. 팔보라조는 안에 들어있는 고추가 꽤 매운 편이니 맵찔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중간중간 은대구, 가자미 등의 생선 요리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좀 느끼하다. 고기 요리보다 느끼함이 더 큰 듯 해서 좀 아쉬웠다. 생선 요리가 깔끔한 맛을 주는 요리였다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밸런스가 잘 맞았을텐데 싶은 느낌. 물론 그럴거면 회를 먹어라,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생선회와 생선찜 혹은 구이는 느낌이 또 다르니까. 고기 파트에서는 워낙 악명 높았던 베이징 덕은 아예 제껴버렸고, 양갈비와 LA갈비, 전복, 챠슈 등을 맛봤는데 LA갈비가 제일 좋았다. 챠슈는 매콤한 소스로 덮여있어서 뭔가 좀 생경한 느낌이었고 전복은 별 맛이 없었다. 대하구이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걸로 배를 채우느니 차라리 LA갈비를 몇 대 더 가져오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양갈비는 인터넷에서 칭찬을 많이 봤었는데 기대가 너무 컸었던 건지 양고기 잡내도 좀 덜 잡혔고 그냥 그랬다. 역시 한국이는 LA갈비가 최고다(?). 이 쯤에서 이미 배가 너무 불러온 나머지 디저트를 하나씩 다 맛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아무래도 이 뷔페의 시그니쳐는 디저트인 것 같은데 이걸 제대로 못 즐겼으니.. 그래도 먹어본 것들은 대부분 다 맛있었다. 초코 푸딩이 단맛이 적은 다크 초코의 풍미가 살아있어서 좋았고 벚꽃 푸딩도 엄청 맛있었다. 사이즈가 좀 크긴 하지만 한 입에 넣고 씹으면 갖가지 맛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입 안에서 춤을 추는 느낌이 든다. 특히 초코 안에 숨겨진 체리가 톡 터질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옆에 있는 미니콘도 음식 사이사이 하나씩 가져와서 입을 씻어주는 역할로 먹어도 좋을 듯 하다. 케잌 류는 좀 아쉬웠는데 시트가 너무 뻑뻑했다. 사람들이 많이 가져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티라미수는 아주 좋았다. 과일 중에는 멜론만 먹었다. 멜론 아주 달고 맛있다. 빵빵한 배를 눌러가며 2접시를 먹고 식사를 정리했다. 식사 마무리 즈음 해서 마지막에 콘스탄스 로고가 박힌 마카롱을 주는데 솔직히 이건 안 주는 게 좋겠다. 차라리 마카롱 모양의 키링을 주시라. 맛있는 디저트와 멜론으로 맛있는 기억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이거 먹었다가 테러 당한 느낌까지 들었다. 멜론 2접시를 먹은 이유가 저 마카롱을 먹고 도저히 이 맛을 끝맛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저 노란색은.. 아주 쌈마이 맛이 난다. 이건 아니다. 제대로 된 고급 마카롱을 주던가 아니면 그냥 먹지 않고 가져갈 수 있는 걸 줬으면 좋겠다. 음료 파트가 따로 없다. 커피나 물은 그냥 마실 수 있지만 술이나 탄산은 돈을 받는다. 아내는 커피를 마셨고 나는 콜라 하나 주문할까 하다가 가격 듣고 그냥 물이나 마시기로 했다. 아무리 미친 물가라도 캔콜라 9천원은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격이다. 전반적으로 퀄리티 좋고 특출나게 맛있었던 메뉴도 몇 가지 있었지만.. 도저히 '맛있다'를 줄 수 없는 이유는 역시 가격 때문이다. 웬만한 사람은 저 가격의 본전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간이 예쁘기는 하지만 역시 가격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 음식 중에 양갈비나 스노우 크랩 같은 비싼 요리의 맛이 아주 특출났다면 본전 생각 안 났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아쉬웠다. "비싸도 다음에 또 와야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인당 10만원 후반대 가격이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 지갑 사정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추천. 혹은 진짜 대식가라 한 10접시 정도 먹어치울 수 있다고 하면 역시 추천할 만 하다. 전체적인 음식 퀄리티가 높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닌 분들이라면... 고민을 좀 해볼 필요가 있다. 런치 가격도 2만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경험해본다면 일단 조식으로 먼저 경험해보는 편이 좋겠다. 뷔페와 달리 조선 팰리스 숙소 자체는 국내에서 다녀본 숙소 중 최고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정말 좋았다. 조선 팰리스에서 호캉스 할 때 조식으로 한 번 경험을 해보시고 맘에 든다면 나중에 정말 아끼는 사람과 와서 맛있었던 것 위주로 공략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잘 먹었습니다!
콘스탄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31 센터필드 24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