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미국식 버팔로 윙을 맛볼 수 있(다고 하)는 곳. 생기자마자 와보고 싶었지만 어찌저찌 하다 이제서야 뒤늦게 방문. 사실 미국을 못 가봐서 이게 진짜 오리지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먹어보니 확실히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맛이다. 선택한 메뉴는 클래식 싱글팩 8조각 짜리에 사이드는 어니언링으로 변경, 소스는 블루치즈 소스. 윙은 레몬 페퍼 + 루이지애나 럽 반반. 루이지애나 럽이 이 가게 시그니쳐인 것 같은데.. 옛날 초창기 교촌 오리지널에 후추를 좀 더 뿌리고 좀 덜 달게 한 것 같은 그런 맛이다.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을 맛. 하지만 아주 특별하지는 않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좀 더 특별한 맛이라고 하면 레몬 페퍼 쪽일 것 같다. 레몬 향과 후추 향이 양쪽으로 몰아치는 맛. 나쁘지 않다. 어니언 링은 양으로 압도한다. 그냥 번화가 피맥집에서 팔 것 같은 그런 어니언 링인데 양파 한 통을 다 잘라넣은 것처럼 양이 많다. 블루치즈 소스는 쏘쏘. 그냥 치즈 소스로 할 걸 그랬다. 내 취향이 아닌듯. 먹다보면 그냥 케첩이 낫겠다 싶기도 하다. 느끼함이 좀 강하다. 음료는 제공되는 컵에 원하는 탄산을 골라서 직접 받을 수 있고 1회 리필 가능. 역시 제로 콜라가 짱이다. 물티슈 한 장과 비닐장갑 2장을 주는데 요 비닐 장갑이 좀 고급인 것 같다. 일반적인 싸구려 비닐장갑처럼 기름이 안으로 배어들어오지 않는다. 신경쓴 티가 나서 좋다. 매장은 1층에 바 자리와 작은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2층 홀이 메인홀이다. 2층에도 키오스크가 있으니 붐빌때는 일단 자리를 잡고 주문하는 것도 방법일 듯. 나는 오픈 하자마자 방문해서 사람이 없었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손에 잘 묻는 음식을 파는 곳 답게 세면대가 밖으로 빠져있어서 화장실 잠겨서 손 못 씻는 일도 없다. 이런 부분은 고려가 잘 된 듯. 분명히 꽤 맛있게 먹었으나 그럼에도 맛있다를 누를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짚어볼 것은 메뉴 구성이다. 일단 윙봉 사이즈가 진짜 작다. 사이즈 작은 닭의 대명사인 교촌보다도 훨씬 작다. 처음에 받으면 진짜 눈 비비고 다시 보게 되는 그런 양인데 메뉴 구성이 세트밖에 없다. 윙봉만 더 추가가 안된다. 그런데 사이드메뉴 양은 또 어마무시 하다. 섣불리 세트를 더 시키기 겁나는 수준. 이 가격이면 닭을 좀 큰 걸 쓰던가 아니면 윙봉추가 메뉴가 있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 내가 닭을 먹으러 온건지 양파를 먹으러 온건지 잘 모르겠다. 케첩과 머스터드 정도는 1층 2층에 자유롭게 가져가도록 비치해줘도 좋지 않을지. 쉑쉑처럼 펌프해서 가져가게 하면 될 듯 한데 전혀 없다. 느끼함을 작은 소스 하나로는 중화하기가 어렵다. 물린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만족하지 못한 건 맛이다. 특히 레몬 페퍼. 오리지널 미국식 윙, 레몬 페퍼, 이런 단어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연상하게 되는 낯설고 강한 풍미가 없다. 이거보다 더 시고 더 후추후추 해야 한다. 먹으려고 입가에 들어올리는 순간 훅 치고 들어오는 시큼한 냄새에 기침에 나야 한다. 그게 없다. 그냥 무난한 맛이었다는 게 내가 실망한 가장 큰 이유이다. 이정도 맛을 경험하러 굳이 강남에서 귀중한 한 끼 식사를 여기에 투자하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그래도 맛이 없는 건 아니니 보통 정도는 줄 수 있겠다. 다음에 만약 미국식 윙이 생각난다면 나는 여기가 아니라 데블스 도어를 가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파는 윙이 내게는 더 이국적이라고 느껴졌다. 기대가 커서인지 많이 아쉽다. 잘 먹었습니다.
윙스탑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2길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