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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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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정말 너무너무 기다리고 기대했던 키친 마이야르, 드디어 방문하고 후기를 적게 되다니 감개무량하다. 구독자 30만 정도일 때부터 알게 되어 그 이후에 올라오는 모든 영상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봤을 정도로 나름 열독자(?) 였기 때문에 승우아빠가 식당을 연다고 했을 때 열자마자 꼭 가봐야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어찌저찌 하다 결국 이제서야 뒤늦게 방문. 도산공원 바로 근처에 있어 집에서 너무 멀기 때문에 방문이 쉽지 않았던 곳이고, 예약 압박을 뚫고 예약한 날짜에 맞추어 회사 스케쥴을 조정해서 강남에서 일을 마치고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식당은 건물 지하 1층이었는데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가지 않으면 헤맬 수 있어 보였다. 간판이 크기가 작고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 물론 승우아빠의 팬이라면 몰라볼 리는 없지만 팬만 방문하는 곳은 아니니까. 지하로 내려가는 긴 계단을 내려가니 안내판이 하나 있는데 예약이 너무 많아서 저녁 웨이팅은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여전히 예약이 많은 걸 보니 인기가 죽지는 않은 것 같다. 문 앞에서 예약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예약이 터져나간다고 해서 내부 분위기가 바글바글 번잡스러운 느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아주 조용하고 쾌적했다. 테이블 간 거리도 아주 널찍하고 분위기도 생각보다 훨씬 차분해서 놀랐다. 내가 방문한 시간에는 사장님이 안 계셨는데, 점심 타임까지는 있다 가셨다고 해서 너무너무 아쉬웠다. 만나면 사진이라도 같이 한 장 찍고 싶었는데, 쉽게 허락되는 기회는 아닌가보다. 아마 가게 중앙 오픈 키친에서 쇼가 진행되던 때에는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그 때 와보지 못한 것도 참 아쉬웠다. 여러가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리에 앉아서 메뉴 선정. 메뉴를 미리 보고 온 것이 아니라서 하나씩 둘러보는데 Limited 라고 적혀있는 메뉴들이 있어 일단 이 중에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 고른 메뉴는 쯔란 갈비 필라프.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메뉴를 직원분께 추천 받아서 고른 게 저크 치킨이었다. 여기에 음료는 고수 모히또 논알콜과 솔의 눈 슬러시 알코로 결정. 직원분들이 다들 너무 친절하셨다. 말투도 나긋나긋 하시고 물어보는 것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셨는데 아주 인상에 깊이 남을 정도의 친절함이다. 내가 홀 나가서 사진 찍어도 되나? 하고 약간 쭈뼛대고 있으니 나가셔서 사진 원하는 대로 찍으셔도 된다 그렇게 하시라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라고 살짝 웃으며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내서 호다닥 찍고 들어오기도 했다. 음료가 먼저 서빙이 되었다. 고수 모히또는 정말 기대를 많이 했었다. 비주얼 적으로도 고수가 한가득 들어가 있어서 정말 화끈한 고수향을 뿜어내는 독특한 음료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한 모금 마셔보니 생각보다 고수의 맛과 향이 약했고 꽤 달았다. 잘 섞이게 젓는다고 저었는데 부족했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음료 양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밑에 잔뜩 눌러담은 고수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고수향이 짙어지기 시작해서 이건 마음에 들었다. 서서히 크레센도 처럼 강해지는 고수향. 솔의 눈 슬러시도 솔의 눈 향이 강하긴 했는데 막 인상깊지는 않았다. 하나는 그냥 맥주를 마실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요리 중에는 쯔란 갈비 필라프가 먼저 나왔다. 이 요리 역시 코를 쥐어뜯는 듯한 강렬한 쯔란 향을 기대했는데 향이 너무 약했다. 쯔란 소스가 맞긴 한가? 싶을 정도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고기는 촉촉하게 잘 익어서 맛있었고 필라프에 날치알이 섞여있어서 식감에 재미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바가 채워지지 않아서 그런가 그냥 평범한 맛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음식이 조금 식으니까 쯔란 향이 약간 강해지긴 했지만 차라리 찍어먹을 쯔란을 좀 더 담아서 줬더라면 싶을 정도로 너무 아쉬웠다. 저크 치킨은 자메이카 통닭 느낌의 장각 2조각과 고구마 튀김이 담겨 있고 한 쪽으로 콘치즈가 가득 담겨있는 형태로 상당히 재미있는 조합이었다. 승우아빠가 고구마 튀김을 쓰게 된 이유는 영상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진 않았고 오히려 콘치즈 쪽이 아주 재미있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달달한 호프집 콘치즈 맛이 아니라 치즈의 묵직한 맛과 통조림 옥수수가 아닌 찐옥수수 알을 긁어서 넣은 게 아닌가 싶은 그런 옥수수의 식감이 더해져서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저크 치킨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저크 치킨은 제법 맛있게 먹었고 고구마 튀김은 쏘쏘였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케첩 생각이 많이 났다. 전에 본 블로그에는 테이블마다 케첩 머스터드 등의 소스가 비치되어 있다고 봤던 것 같은데 내가 간 날에는 그런 게 없었다. 같이 나오는 매운 소스는 고구마 튀김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이렇게 먹고 배는 제법 부른데 뭔가 아쉬워서 하나를 더 주문한 것이 소보로 파스타 였는데 이게 이날의 최고 음식이었다. 안 시켰으면 큰일날 뻔! 소보로 파스타는 알리오올리오 스타일의 딸리아뗄레에 다진 고기와 치즈, 다진 마늘쫑을 잔뜩 버무리고 그 위에 수란을 올린 모습이었는데, 간도 아주 적당하고 마늘쫑과 고기와 파스타의 각기 다른 식감이 한 데 어우러지는 조화가 아주 기가 막혔다. 평소 유튜브에서 식감을 중요하게 말하던 사장님의 철학이 느껴지는 그런 식감이었다. 식감만 재밌는 게 아니라 고소하면서도 짜지 않고 오일과 계란의 향이 식욕을 돋우면서 마냥 흡입하게 만드는 진짜 맛있는 파스타였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어떻게든 한 포크질이라도 더 해보려고 기를 쓰게 만드는 맛.. 소보로 파스타의 맛은 아직도 생각이 날 정도로 최고였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괜찮은 레스토랑이고, 가게 입지와 음식의 양을 봤을 때는 가격이 아주 비싼 편도 아니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레스토랑에서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경험을 기대했던 나의 쓸데없이 높은 기대치를 채워주기에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일주일 후 재방까지 예약을 해두었었으나, 집에서 다녀가는 왕복 3시간의 시간을 무릎쓰고 다시 한 번 와야 할 정도로 만족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재방 예약은 취소했다. 나중에.. 한 반 년이나 1년쯤 지나서 메뉴가 한 번 또 싹 바뀌고 나서, 혹은 사장님이 돌아와서 오픈 키친에서 쇼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재방은 그 때쯤 한 번 고려해보려고 한다. 어쨋든 나는 이 곳에 한 번은 꼭 와보고 싶었고, 이루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키친 마이야르

서울 강남구 언주로170길 22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