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에서 피맥집 하면 보통 존앤진 아니면 에어홀을 말한다. 둘 다 메모장에 적어놓고 지나다니면서 보기만 하다가 주말을 맞아 그 중 한 군데인 에어홀 피자를 다녀왔다. 에어홀. '에'브리데이's '어'나더 '홀'리데이. 한국식으로 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정도의 이름이 아닐까. 줄여서 에어홀 이라고 불러도 발음하기도 좋고 잘 기억되는 이름, 참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장안문에서 큰길로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보이기 때문에 이 근처를 지나다닌다면 한 번 쯤은 무조건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자리가 좋다. 외관도 깔끔하다. 온통 영어만 적혀있긴 해서 아쉽지만 어쩃든 지나치게 요란하지 않고 깔끔하다. 내부 컨셉은 아무래도 '행궁동 속 하와이 피자펍' 인 것 같다. 직접적으로 하와이가 언급되어 있진 않지만 둘러보면 하와이의 느낌이 물씬 난다. 12시쯤 오픈 하자마자 방문해서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좀 더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는데, 가게 내부에 디제잉을 위한 턴테이블과 서핑 보드를 올린 자동차와 오토바이, 파라솔과 스케이트 보드 등등 미국적인 오브젝트들이 가득하다. 좌석의 모양과 형태도 획일화 되지 않고 좌석 간격도 제법 넓은 편에 자유분방하고 쾌적한 느낌이라 좋았다. 행궁동에 이국적인 컨셉의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깔끔하게 분위기를 잘 살린 인테리어가 아닌가 싶다. 낮에 오긴 했지만 이곳은 밤에 오면 진짜 힙한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피자는 6종류에 반반 피자인 믹스 피자가 있다. 가격대는 12인치가 2만원이 넘고 18인치가 4만원 정도. 상당한 가격대이다. 우리는 믹스 피자에 페퍼로니와 할라피뇨 피자를 선택했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것 같은 Holiday's 피자가 궁금했는데 토핑에 양상추에 사워크림이 올라가는 비범한 구성이라 일단 기본을 먹어보고 다음에 와서 먹어보는 것으로 정했다. 사이드로는 윙 n 포테이토, 그리고 생맥주와 빅웨이브를 주문했다. 하와이를 가본 적은 없지만 하와이 하면 빅웨이브 라는 건 안다. 갈릭 디핑 소스를 500원에 따로 파는데 고민하다가 우리는 주문하지 않았다. 앞접시와 포크, 나이프 그리고 맥주가 먼저 세팅된다. 맥주를 가져올 때 노란색 미니 주류 상자 같은 것에 담아오시는데 이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맥주 한 잔 마시고 있으니 바로 피자가 나온다. 손님이 우리 뿐이어서 그런지 꽤 빨리 나왔다. 피자는 아주 심플하다. 토핑이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게 적당히 공간을 채우고 있고 도우는 끄트머리가 살짝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먹기 전에 벌써 시각적으로 잘 익었고 심지어 바삭한 느낌이 들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씬 피자를 좋아하는 성향인데, 이 곳에서 도우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피자 도우의 바닥이 상당히 얇아서 부담스러운 도우의 느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끄트머리도 적당히 손잡이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 딱 좋았다. 페퍼로니 피자는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맛이었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할라피뇨 피자는 꽤 매우니 맵찔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스파이시 할라피뇨 라는 이름에 걸맞는 정도의 매운맛이다. 둘 다 맛의 기본이 잘 다져져 있고 기대한 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안정적인 맛이다. 사이드로 주문한 감자튀김과 치킨윙에는 치즈 시즈닝이 뿌려져 있는데 과하지 않으면서도 치즈의 풍미와 단짠을 더해 맛을 잘 살려주었다. 개인적으로는 감튀 보다는 윙이 맛있었다. 근래 먹어본 윙 중이 최고다. 솔직히 이 윙만 팔았으면 좋겠다. 감튀보다 이 맛있는 윙을 한바구니 가득 먹고 싶다. 테이블에는 여러 소스가 비치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타바스코 핫소스와 파르메산 치즈가 있고 분쇄 페퍼론치노와 함께 독특하게 마늘 후레이크가 있었다. 나는 특히 이 마늘 후레이크가 마음에 들었는데, 마늘의 풍미가 피자의 느끼함도 잡아주면서 씹는 식감까지 보충해줘서 정말 한가득 뿌려먹었다. 페퍼론치노는 먹을 때는 그렇게 맵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집에 와서 속이 뜨거운 걸 보니 맵찔이는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물티슈는 홀 중앙 물통 옆에 있으니 직접 가져다 쓸 수 있고 독특하게 테이블마다 키친 타월이 올려져 있다. 저렴한 업소용 휴지보다 기름기가 잘 닦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전반적으로 확 튀는 느낌은 없지만 이국적인 느낌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안정적인 맛과 멋을 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피자 먹으러 무조건 한 번은 더 오게될 것 같은데 다음에는 저녁에 와서 또다른 분위기를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둘이서 12인치에 사이드 하나, 맥주 한 잔 씩 해서 정말 배부르게 잘 먹고 나왔다. 누군가 행궁동에서 피자집을 찾는다면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그런 곳이다.
에어홀 피자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9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