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다른 일이 있어 인천에 들렀다가 온 김에 차이나타운 가서 짜장면이나 먹자! 라고 해서 들르게 된 곳. 차이나타운은 정~말 오래 전에 한 번 왔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내 기억보다 훨씬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일요일 점심시간이라 더 붐볐을수도 있겠다. 차이나타운 정문에서 쭉 올라가니 언덕 위로 공화춘, 청관, 연경 등등 기라성 같은 중화요리 집이 줄지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리고 가게마다 사람 줄이 어마어마했다. 가게 밖으로 줄을 몇 바퀴씩 돌리고 있어 빨리 줄을 서야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여러 가게 중 연경을 골라서 줄을 섰다. 줄이 길긴 했지만 회전도 빠른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다. 30분 좀 넘게 줄을 서서 가게에 입장, 4층을 배정받아 올라갔다. 작은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긴 한데 입구가 대기줄에 막혀있어 비집고 들어가야 하기도 하고 딱 1대 뿐인데다 사이즈가 작아서 그걸 기다리느니 그냥 걸어서 올라가는 게 속이 편하다. 계단도 좁고 가파른 편이니 헛디디거나 걸리지 않게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 아이들이 걸어 올라가기에는 살짝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홀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주인 분을 포함 직원분들은 다 중국 분들이신 것 같다. 직원들끼리는 대부분 중국어로 대화를 하셨다. 사람이 많았지만 테이블도 넓고 생각보다 테이블 간격이 좀 있어서 복작대는 느낌이 적었다. 정신없고 바쁜데도 테이블 청결 상태도 아주 양호했다. 앉아서 지켜보니까 손님이 나가면 두세 명이 달라붙어서 테이블을 빠르게 치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계단 올라와서 오른쪽 벽쪽이었는데, 사장님의 골프 트로피가 놓여있어 인상적인 자리였다. 연경은 백짜장이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걸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후기를 좀 보니 부정적인 후기가 많았고 너무 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백짬뽕도 마찬가지. 그래서 고민 끝에 우리는 유니 짜장면과 우육면, 그리고 소고기 탕수육을 주문했다. 멘보샤 라던가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었지만 그저 마음일 뿐.. 우리는 양이 따라주지 않는다. 세 가지 메뉴 공통적으로 단맛이 적고 짠맛이 강하다. 특히 짜장이 단맛이 적어 동네 중국집의 캬라멜처럼 단맛이 나는 짜장면 때문에 평소 짜장면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양도 푸짐하고 면발이 얇은 편인데 식감이 부드러워서 후루룩 후루룩 잘 씹히고 넘어갔다. 우육면도 짜장면과 같은 면을 쓰는 것 같았다. 다른 곳보다 면발이 얇고.. 뭐랄까, 설명하기 힘든 그 한끗 차이가 면의 식감에서 느껴진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인데, 예전에 슈퍼 마리오라는 비디오 게임이 처음 탄생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이 당시만 해도 게임은 매우 단순한 동작과 조작만이 가능한 8bit 시절이었는데, 마리오 개발진은 여기서 차별화 되는 한끗 차이를 만들고 싶어했고 그것을 '점프의 상쾌함'으로 정의했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이 '상쾌한 점프'를 위하 수천 수만 번을 테스트 하며 점프의 속도와 각도, 이동거리를 조정한 끝에 최초의 마리오가 탄생한 것이다. 좀 뜬금 없지만 마찬가지의 느낌을 이 면발에서 받았다. 이를 '면발의 상쾌함'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미세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만족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어쨋든 우육면도 참 맛있었다. 고기도 큼직한 소고기가 다섯 덩어리는 들어있어 시각적으로도 풍족해 보였고 실제로 먹고 나서도 포만감이 만족스러웠다. 탕수육은 소고기 탕수육이 있고 일반 돼지고기 탕수육과 찹쌀 돼지고기 탕수육이 있었는데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소고기를 먹자! 라고 해서 소고기 탕수육을 주문했다. 소고기가 만 원 더 비싸다. 일단 가성비 측면에서는 완전히 꽝이다. 3.3만원인데 동네 중국집 소짜 정도 양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먹는 탕수육은 가성비를 따지며 먹는 음식은 아니다.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맛있다! 오늘 먹은 음식 중 탕수육이 제일 맛있다. 고기가 질긴 느낌이 전혀 없고 잡내도 없고 튀김옷이 약간 노리끼리한데 흔히 '덴뿌라' 라고 불리는 고기튀김 느낌이 강하다. 흔히 동네 중국집에서 먹는 그런 탕수육의 맛, 질감과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고기튀김 자체에 상당히 짭짤하게 간이 들어가 있다. 간장 안 찍어도 된다. 특히 갓 나왔을 때는 잘 모르는데 살짝 식으면 이게 상당히 짠맛이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여기 오시면 소고기 탕수육은 꼭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근데.. 전에 방송에서 탕수육은 원래 볶아 나오는 음식이라고 본 것 같았는데 중화요리의 근본인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도 탕수육 소스를 그냥 튀김에 부어서 내주는 걸 보니.. 사실은 부먹이 근본이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소스는 좀 더 부어줘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살짝 부족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와서 좀 더 색다른 메뉴를 먹어보지 못한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간만에 맛있는 중화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가까웠다면 자주 놀러올텐데, 언제 또 놀러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또 다른 맛집도 가고 고기만두도 먹고 알차게 놀아봐야겠다.
연경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41 연경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