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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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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오징어회를 좋아하는 아내가 꼭 가보고 싶다고 했던 사당 핫플 청송 산오징어. 늘 어마어마한 웨이팅이 있는 곳인 데다가 요즘 오징어가 다시 금징어가 되면서 수급이 어려워 평일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마침 연차를 쓰고 서울에 일 보러 온 김에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였다. 가게는 사당역에서 남서울미술관을 지나 조금 더 이동하면 골목 상가에 위치한 가게. 입구 앞의 덧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징어가 담긴 수조가 있는데 요즘 오징어가 잘 안 잡힌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수조에 있는 녀석들 숫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하나같이 펄떡펄떡 물 위로 뛰어오를 정도로 몹시 싱싱했다. 기대감을 가지고 안으로 입장하니 테이블이 5~6개 정도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인기가 많은데 가게가 작아서 그렇게 웨이팅이 많구나 싶었다. 메뉴는 회와 찜이 있고 회 + 찜 반씩 주문도 가능하다. 그 외 몇 가지 탕류와 라면, 주먹밥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둘 다 맛보고 싶어서 우리는 회 + 찜 으로 주문했다. 먼저 세팅되는 것은 조개가 미역국. 슴슴하고 시원한 맛이었는데 아내가 무척 좋아했다. 내 경우에는 간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 싶긴 했지만 한두 숟갈 뜨다 보니 또 이 슴슴한 맛이 매력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청하도 한 병 주문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 회가 먼저 나왔다. 보통 밖에서 오징어회를 먹으면 그냥 길쭉하게 회만 썰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채소와 오징어가 1:1 비율로 나왔다. 아무래도 테이블에 있는 초고추장 뿌려서 비빔으로 해먹으라는 의도인 것 같았는데 이 귀한 금징어를 그렇게 비빔으로 먹기가 아까워서 우리는 비비지는 않고 그냥 먹었다. 조금 전까지 힘 좋게 펄떡거리던 산오징어여서 그런지 확실히 싱싱하고 맛있었다. 사이즈도 커서 양도 꽤 되었다. 여기에 오징어만 먹으면 살짝 물릴 수도 있을텐데 채소가 많이 있어서 같이 먹으니 참 맛있었다. 찜 나오기 전까지 천천히 먹어야 하는데 배도 고프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결국 오징어회는 순식간에 없어져버렸다. 회를 다 먹고 애꿎은 미역국 한 그릇 리필해서 숟가락을 열심히 빨고 있으니 이윽고 찜이 나왔다. 이 곳의 오징어찜은 통으로 내장까지 쪄서 나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내장이 같이 있으면 비리거나 쿰쿰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솔직히 찜이 나왔을 때의 색깔을 봐도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놀라울 정도로 맛이 깔끔했다. 내장의 그런 나쁜 냄새나 맛은 하나도 없었다. 두툼하게 썰어져서 씹을 때도 풍족한 느낌이 있었고 고소하고 따뜻한 찜 특유의 맛이 있었다. 아내의 경우는 그래도 회가 좋다고 했고 나는 이런 형태의 찜을 다른 곳에서는 먹어보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 찜이 좀 더 좋다고 했다. 문제는 가격. 오기 전에 블로그를 몇 개 봤는데 보는 블로그마다 가격이 달랐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6.2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찍고 있었다. 양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가격표를 보고 다시 접시를 보니 양이 또 좀 아쉽게 느껴지고 그랬다. 원래 대로라면 회 + 찜 먹어보고 둘 중에 취향에 맞는 걸로 더 주문해서 먹어야 하는데 도저히 추가 주문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주문한 것만 먹고 나왔다. 심지어 오징어 수급이 부족한 나머지 포장 주문도 받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에 올 다른 손님을 위해서라도 그냥 깔끔하게 일어서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깔끔하고 싱싱하고 맛있는 산오징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지만 엄청난 웨이팅과 어마무시한 가격 모두를 감수하고도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음식인가? 라고 묻는다면 살짝 애매하다. 솔직히 4만원 후반 정도만 되어도 무조건 가봐야 하는 곳인데.. 6만원대에다가 오징어 가격 계속 오르니 여기서 더 오를 수도 있는데 그 돈 내고 꼭 먹으러 가야 한다고는 말 못하겠다. 만약 낮에 방문할 수 있어서 웨이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혹은 누가 사주다고 해서 내 돈 내고 먹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드시 경험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청송 산오징어

서울 관악구 남현1길 8 경도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