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콩국물에 국수 한덩이면 무더운 여름날 다른 근심 걱정 싹 씻겨내려간다. 호불호 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 여름 대표 음식은 콩국수다. 다른 고명 하나 없어도, 거창한 반찬이 없어도 콩국수 한 그릇이면 그리 행복할 수가 없다. 그릇 바닥 보일 때까지 싹싹 비우면 배도 빵빵하게 찬다. 이른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 여기가 맞나 싶었다. 텅 빈 고깃집 이층으로 걸어 올라갔더니 안에는 아무도 없길래 정말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의심은 국물 한 숟갈 들이키고 풀었다. 다 먹을 때쯤 되니 손님들도 가득 차더라. 제면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면을 직접 낸다. 면은 정말 이쁘게 잘 감겨서 거뭇거뭇한 검은 콩국물 사이에 폭 안겼다. 면 풀기가 상당히 힘든데 그만큼 땡땡하고 맛나다. 직접 만든 면의 장점이 느껴진다. 국물도 참 좋다. 꾸덕하고 진득하고 크림과 정말 닮아 있는 질감이다. 면에도 잘 붙어서 좋다. 검은 콩으로 만든 국물이지 않을까 싶은데 볼 때마다 허연 국물이랑 다른게 뭔가 싶다.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몰라도 약간은 더 고소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콩국수만 있어도 잘 먹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다른 고명 없이 콩 국물과 면만 즐기는 음식이다보니 김치가 중간중간 땡긴다. 김치가 약간 아쉽다. 헌데 콩국수는 참 맛있으니 됐다.
종로제면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10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