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rumee

추천해요

4년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은 궁극의 돈까스를 찾아서... 광명에 돈까스집이 있다길래 별 기대 없이 지하철을 탔답니다. 근처에 사는 지인이 있으시거든요. 일단 상황을 보니 가게가 작고 서성이는 몇 사람들. 웨이팅기를 보니 번호는 길지 않은데... 앞 카페에 자리 잡고 기다리는데 너무 연락이 안 오는 거에요. 이 회전율 무엇??? 한 시간 사십분을 기다려 들어가 앉으니 아아 설명이 됩니다. 8석. 한 차수가 끝나면 다른 팀이 들어오는 식이랄까요. 저는 들어가 빈 식당의 마음에 드는 자리에 골라 앉았으니 제 차수 중 가장 오래 기다린 손님이겠지요. 가방을 놓고 둘러보니 작은 가게입니다. 디테일이 있고 밝지만, 바닥이 끈적이고 화장실 냄새도 나고... 가방을 자리에 두고 입구로 가서 계산을 해야하니 동선도 복잡하고 어수선하네요. 옆에선 그릇을 치우고 정리 중이시구요. 과묵하지만 능숙한 몸놀림을 보면 좀 신기합니다. 그래도 오래들 기다렸다보니 약간의 불안과 옆쪽 테이블들의 낌새를 보는 시선 등 호기심과 설레임의 낯선 공기가 다찌 가운데를 떠다닙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정면엔 저희가 먹을 샐러드가 곱게 쌓여있고, 그 옆으론 또다른 분이 밥솥을 들고 나와 밥그릇에 밥을, 다시 국을 떠서 하나씩 놓아주십니다. 음.. 뭔가 스시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어라 장국이 아니네? 뜨시는 모습만 봐도 저건 돈지루! 앞에 있는 소스통을 봅니다. 소금, 후추... 여기도 심상치 않군. 🤔 9,000원 돈까스 아니었나... 잠깐 혼란스럽네요. 밥과 국이 깔리니 돈까스가 나옵니다. 남자분께는 등심, 여자인 저에겐 안심. 안심은 동그랗게 나오는데 반이 갈라져 있어요. 얼른 열어 돌린 뒤 사진을 찍으며 단면을 봅니다. 와아~ 수비드 같아! 딱 봐도 촉촉 부드러운 핑크빛 고기가 수분을 머금고 김을 내뿜습니다. 아아~~~ 이건 반드시 맛있을 거 같아!!! 서둘러 입에...아주 야들야들 잘 익힌 두툼한 보쌈고기 같아요. 아아ㅠㅠㅠㅠ 너무 맛있어!! 너무 맛있어!!를 외치며 등심도 하나 들고옵니다... 아앜... 이건 정말 최고인데! 비계가 두껍게 익혀졌는데 기름에 튀긴 비계는 정말 맛있군요. 탄탄한 식감에 고기 맛이 제대로 납니다. 늘 안심파였는데, 여기선 등심이 👍👍 결국 한시간 반 기다림을 대납득한 맛. 이게 9,000원인데 서울에서 두 배 더 받는 곳들보다 더 맛있었어요. 입에 넣자마자 씹는 맛과 고기 향이 어우러지며 녹아내립니다. 그제서야 좀 찾아보니 사장님이 고기 실험을 꽤 하셨나봐요. 난축난돈과 지리산 흑돼지를 사용하는데, 품종, 고기 익힘의 정도, 과하지 않은 구성이 돈까스 자체에만 집중하게 합니다. 여담인데 먹는 순간 화장실 냄새도 잊고, 콜라 먹는 것도 까먹었어요. 이 집의 돼지 고기 품종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보시면 되구요. https://www.chosun.com/culture-life/food-taste/2021/01/02/USEXGTJW7JAXTLZN4XJSLD7V54/ 저는.. 이 가게를 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계속 “맛있어” “맛있어”를 연발했네요. 처음 여신 가게라 많이 미숙한 와중에 이유를 모르게 너무 잘 되어서 힘드시다고 하시던데요. 이게 확장 가능한 구조인지 엄청 갸웃하긴 하더라구요. 제겐 맛과 훌륭한 가격으로 잊지 못할 돈까스집으로 당분간 남아있을 듯 합니다. 참, 상등심이란 부위도 가끔 하시는 것 같던데요. 그것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

돈까스 광명

서울 마포구 포은로 25 1층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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