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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추천해요

2년

서울 내에서도 나들이 느낌 낼 만한, 아직 덜 알려진 엄청난 규모의 우이동 한옥카페 선운각. 삼청각 대원각과 더불어 박정희 시절 3대 요정으로 유명했던 선운각은 정주영 회장이 지었고 민간 한옥으로는 최대 규모랍니다. 이후 한정식집이었다가 고깃집이 되었다가 할렐루야 기도원이 매입해 일부를 사택으로 쓰다가 최근엔 하우스 웨딩과 촬영지로만 대관만 가능하다가 지난 가을 일반 공개 카페가 된 곳. 가보면 진짜 큰데 서울 안에 1,000평 규모 카페라는 점에서 독보적입니다. 지금까지 가본 서울 시내 카페 중 최대 규모는 ‘가산 인크커피’ https://polle.com/rumee/posts/1667 로 600평이죠. 대신 여긴 차로만 접근 가능. 카페 바로 밑 주차장 안내를 받고, 아마도 외부 업체인 듯한 분들에게 3000원을 내고 오르면. 높은 계단이 있는데… 아 그 시절 요정은 이렇게 올라갔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여긴 한옥채가 있는 곳인데 카페는 더 올라가면 계단 없이 들어가기 쉬운 출입구가 나오고요. 앞에 있는 예쁜 다리를 넘어가면 등산로 또는 산책코스로 진입 가능. 사진만 찍고 안 넘어가고 카페로 들어가고요. 카페를 가운데 두고 위로는 방방이 (트램폴린이라고 하나요?)와 군고구마 굽는 장작 타는 불멍- 하는공간 등이 그냥 너른 정원에 산 따라 펼쳐져 있고, 카페 건물 루프탑에선 북한산 자락이 펼펴지고, 아래로 내려가면 (여긴 또 터널 갤러리 같은 걸로 이어진) 엄청난 강당 같은 한옥 방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아까 높은 계단에서 올라오는 한옥 웨딩이 열리는 곳일 것 같네요. 온돌 바닥이라 따뜻하고 좌석 간격도 넓고 창문을 열면 마당에선 개와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펼쳐지고. 너무 커서 관리도 하기 힘들겠다 싶은데, 그 느낌 그대로가 그리 나쁘지 않아 좋습니다. 구석구석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잘 가요. 얼마 전 갔던 ‘가구박물관’이 생각나는데, 좀 더 자연스러운 버전이랄까요. - 음료가 그리 비싼 건 아닙니다. 무난해요. - 아이들과 가기에 참 좋겠어요. 아이들과 개들이 뛰놀게 하려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관리한다고. - 결혼식 등이 열리면 아래 한옥은 출입이 안 되는데, 그럼 좀 아쉽긴 하겠으나 위쪽 카페 공간도 충분히 넓습니다. 계절 따라 선호 되는 공간이 다를텐데 겨울엔 한옥, 여름엔 카페 실내, 봄 가을엔 단풍이 가깝게 느껴지는 너른 루프탑과 구석구석 야외 의자들. - 한옥은 좌석 간격 넓고 편한데 (경복궁 외소주방 같은 느낌) 뭔가 묘하게 강당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교회 다녀보신 분들은 알텐데 유치부실이나 수련회 갔을 때 같은 느낌의. 찾아보니 할렐루야 기도원이 청소년 수련관으로 썼다고 하네요. - 너무 커서 일행 왈. “하루 종일 여기서 뭘 해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넓다고 중국집에서 술과 음식 시켜드신 손님도 있다고 하네요 (…) 쓰다보니 글이 길어진 건, 이런 이유입니다. 사실 여긴 작년 단풍 시즌 직전 오픈해 인스타 카페 계정들이 올리며 엄청난 단풍 스팟으로 알려지면서 오픈런이 생겼던 곳으로, 그렇게 올리신 계정들 중에서도 예쁜 사진들과 별개로 ‘미묘한 뉘앙스’를 담았던 분들이 많아, 궁금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인스타에서 먹힐 만한 풍경을 가졌는데 다른 의미로 너무 ‘인스타 감성적 완성도’는 낮은, (요즘엔 이걸 ‘감도’ 라고 하던가요) 일단 최소한으로 꾸며 열고, 열심히 관리하려는데 엄두가 안 나는, 어쩌다 카페로 열게된 공간의 러프함이 넘칩니다… 전 이게 꽤 좋았던 편인데요. 즉 기대치 조정이 필요합니다. 덧. 카페 운영측이 할렐루야 기도원은 아닌 듯 합니다. 기독교 장로회 계열의 대표적인 신학대를 나온 대표님이 차린 교회 웨딩 전문 업체가 한옥 웨딩을 진행하다가 여기의 포텐을 알고 소유주를 설득해 카페를 여신 것 같은데요. 인테리어 하며 “너무 힘든데 마굿간 만드는 것보다는 쉽다”는 글을 쓰신게 보여 빵 터졌네요… 네 신학을 전공하고, 교회에서 구르면 생기는 잡기가 있어요… (같은 전공이라 괜한 내적 친밀감 죄송합니다..) 이상 공간의 미묘함+이상한 친숙함을 읽어내려는 시도였고요. 그렇다고 종교적 느낌 나는 전혀 그런 곳 아니고, 십자가는 기도원의 흔적. 요약하자면, 차가 있고 갬성 공간 아닌데 넓은 카페를 자연스럽게 즐기시고 싶다면!!! 꽃/단풍 시즌엔 어마어마할 듯해 잘 보고 움직이셔야 하고, 가면 꼭 다 둘러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선운각

서울 강북구 삼양로173길 223 1층

신켄

서울 역사 투어👍

미오

@shinkenman 쓰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ㅎㅎ 캐는(?) 걸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