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4.0
1개월

“미오씨, 미오씨 요샌 추천할 식당 없어요?” 동네 단골 술집에선 가끔 이런 질문을 듣는데요. 요샌, “요기 밑에 광화문 오피스텔촌 ‘카레와 제육’이요-” 라고 대답했는데, 하하.. 말 끝나자마자 ”와- 이름만 들어도 맛있어“ 최근 갈치김치 잘하는 집을 데려가주신 동네 주민님의 반응! 아무튼, 제 세대에게 소울 푸드라면 ‘카레’가 아닐까 싶어요. 한그릇 먹으면 든든하고, 따뜻하고, 정갈하고. 가끔 토핑 추가하면 그런 행복이 없다죠. 제육볶음은 20대 이상 남 직장인들 점심의 3대장이고요. 여긴 일단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생맥 500ml 가격이 2900원 인데, 생각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다 잘 챙기는, 음식이 살아있는 식당입니다. 가득 나오는 양배추, 가뜩 들어있는 보리차, 의외로 정갈한 찬들까지. 오래 뭉근하게 끓인 소고기 카레가 대표 메뉴인데, 기본으로 먹기 참 좋고요. 왜 매운 카레 말고 원래 맛있는 진한 규카레. 딱 그 맛이에요. 그 다음 방문해 먹은 건 지난번 떨어져 못 먹은 버터치킨카레. 이건 밥과 따로 나오는데 카레 맛 음미엔 따로 나오는게 더 좋습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끓인 것 같은 이런 음식을 12,000원에 먹고 나면, 이 돈 내도 되나 솔직히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큼지막한 닭고기를 잘 끓인 크림 들어간 버터카레와 먹고 있으면 세상 행복합니다. 양배추 한번, 무생채 한번, 파김치 한번, 또 가득한 보리차 한번. 필요 없는 거 없이 실속 있고 젊은, 겉꾸밈 전혀 없는 가게. 눈 앞으론 유튜브 플리가 나오는데, 묘하게 취향이라 계속 보다가 beatpellahouse 란 팀을 알게되어 구독 누르고 myera 라는 일본 아이돌도 알게되고. 그래서일까 바석도 없는 식당엔 혼밥하는 여자들이 많고, 저녁엔 의외로 기자님들 테이블도 많고 말이죠. 다들 여기 같은 맘으로 좋아하실 거 같아- 예전에 같이 일하던 대학생 알바 친구들이 좋아했던 식당 중에 인사동 ‘식야주야’라는 곳이 있어요. 누가 여길 너무 좋아하니까, 특별한 음식 메뉴도 없이 그날 그날 급식 같은 짜장이랑 볶음밥 같은 게 나오는데 뭐가 좋냐고 다른 친구가 물었거든요. “그건 맞는데, 그래서 이런 평범한 음식을 하나하나 맛있게 하는 집이 잘 없어” 저흰 가끔 그런 걸 ’음식이 살아있다‘고 표현합니다. 그건 주방의 조리 전문성을 넘어서는, 조리하는 분의 컨디션과 의지, 프렙과 조리의 단계, 심지어 해놓고 파는 음식 정도의 스펙트럼, 식당의 규모. 가게의 기세. 그런 것과 다 관련이 있지요. 비싼 식당을 가도 음식 다 식혀 나오고 분위기나 ‘그럴듯함’의 비용만 낼 때는, 또는 유명함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식당을 갈 때면 전 이게 가장 아쉽습니다. 제가 늘 가지고 있는 지론이라면, 저자의 첫 책이 보통은 가장 좋아요. 기개, 그간 하고 싶은 말이 넘쳐 흘러서, 아직 관계나 업의 이해 관계 없는, 자신도 아직 마주 하지 않은 부끄러울 것 없는 이야기를 주저 없이 하거든요. 오늘도 잘 먹고 갑니다. 다소 휑하고 뭐가 없는 광화문 지하지만 그런 담백함을 아실 분들은 이 곳을 부지런히 딱 지금을 다니시겠죠. 여긴 아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아실, 다 다녀가신 그 곳이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광화문 오시는 분들께는 더 잘 맞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베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신 <돈까스를 쫓는 모험> 이건우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가게입니다 :)

카레와 제육

서울 종로구 사직로8길 42 광화문시대 오피스텔 지하1층 B112,B1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