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분명 조금 전까지 저녁 7시였는데 꾸벅 졸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시계는 11시를 가리킨다. 재택근무의 특징은 소위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게으른 몸뚱이는 편할지라도 생산성은 곤두박질 치고, 같은 일을 질질 끌어 자정에 이르러서야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말이 길었지만 대충 편하지만 가성비와 가심비가 크게 떨어진달까, 아무튼 그런 뜻이다. 잠도 깰 겸, 집 밖으로 나오니 추운 공기 속 겨울이 가득하다. 하- 입김을 불자 뿌연 연기가 나오더니 이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모습이 신기해 몇번이고 반복했고, 그 순간 연기 사이로 대학시절 자주가던 떡볶이집이 피어 오른다. 유자유, 잊혀지지 않는 그 이름. 촌스러운 안암 골목에서 기쁘건 슬프건 우리는 떡볶이를 먹으러 유자유에 갔었다. 매운걸 못먹는 촌스러운 내 입맛에는 꽤나 매워 연신 삐질 흐르는 땀을 닦아내야 하는 기분 좋은 불편이 따랐지만 달달한 유자 소주를 홀짝이면 어느샌가 발그레-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여 나눠 내면 얼마 하지도 않았건만, 그때는 하루 술 마시면 며칠동안은 학식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게 됐고 이제는 주종에 대한, 그리고 술자리 장소에 대한 선택지도 꽤나 다양해졌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켠 어딘가 이따금 안암골의 유자유가 피어오른다. 가슴 설렜던 새내기 시절부터 꽤나 힘들었던 취업준비.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던 과활동과 동아리 활동. 그 때의 특별한 맛이 혹여나 무색해질까봐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은 집. 유자유, 내 서툴렀던 대학시절과 닮아있는 떡볶이집.

유자유 김치떡볶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로24길 48 2층

이진쓰

김치떡볶이랑 유자유 증말 옛날에 혁명같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