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 오듯 은은한 과실향이 다가오고 태연히 머물던 커피 한 잔에 희미했던 취향 하나가 선명해졌다 산미를 싫어하는 나를 설득한 한 잔 영등포시장 근처에 있는 임태희커피랩에 다녀왔다. 맛 9 / 접객 7 / 청결 7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하면서도 기품 있는 느낌. 2층으로 되어 있고 좌석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공간 자체가 조금 더 차분하게 느껴진다. 안에서는 직접 로스팅도 하는 것으로 보였고, 경험이 느껴지는 여자 사장님이 직접 서빙을 하고 계셨다. 일행 중 한 명이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루비코코 애플 5,500원, 나는 산미가 있는 원두 중 부룬디 아이스 아메리카노 6,000원을 주문했다. ☕ 부룬디 아이스 아메리카노 — 6,000원 나는 원래 산미 있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큰 기대 없이 골랐는데, 한입 마시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와, 이건 진짜 맛있다. 산미가 분명히 있는데 내가 싫어하는 날카롭고 시큼한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향과 맛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그 산뜻함이 커피와 굉장히 잘 어우러진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송파에 있는 신양로스터스에서 콜드브루를 처음 마셨을 때 받았던 충격이 떠올랐다. ‘커피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구나’ 싶었던 그때의 느낌. 평소 산미 있는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 맛있게 마셨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칭찬일 것 같다. 🍎 루비코코 애플 — 5,500원 커피를 못 마시는 일행이 주문한 차인데 이것도 의외의 발견이었다. 루비코코 티백으로 우려낸 차인데 생각보다 정말 맛있다. 한입 마셔보고 ‘이 티백 어디 거지?’ 싶을 정도. 이름처럼 사과의 향긋함이 느껴지면서 편하게 마시기 좋았다. 특히 차와 함께 뜨거운 물을 따로 내어주시는데, 조그맣고 귀여운 보온병에 담아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차를 천천히 마시면서 계속 따뜻하게 우려 먹을 수 있어 이런 작은 디테일까지 이 카페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다가 부룬디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은 곳. 클래식하고 차분한 공간도 좋았지만,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커피였다. 산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까지 맛있게 마셨다면 말 다 했다. 영등포시장 근처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다시 생각날 것 같다.
임태희 커피랩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54길 10 아크로타워 스퀘어 근린생활시설8동 1층
새키 @sluid_no
여기 1년 반 가량 단골이었는데 들를 때마다 실패가 없었습니다. 정말 잘하는 곳이에요
일프로다이닝 @seoulbaekdaeji
@sluid_no 정말 좋은 곳이더라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