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향보다는 슴슴함, 여의도에서 만나는 미쉐린 평양냉면 맛 7 / 접객 7 / 청결 7 일요일 저녁에 정인면옥을 방문했다. 미쉐린 가이드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평양냉면집이다. 여의도는 직장인 상권이라 일요일이면 문을 닫는 식당이 정말 많은데, 정인면옥은 일요일 저녁에도 정상적으로 영업한다는 점이 꽤 큰 장점이다. 🍜 둘이 23,000원, 평양냉면에 물사리 추가 배가 많이 고픈 상태는 아니어서 둘이 평양냉면 한 그릇 15,000원에 물사리 8,000원을 추가해서 나눠 먹었다. 둘이 가볍게 먹기에는 양도 적당했고 가격 부담도 크지 않았다. 기본 반찬으로는 무절임과 열무김치가 나온다. 구성은 단출하고 둘 다 새콤한 맛이 비교적 강한 편이다. 면은 메밀면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아주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질기지도 않다. 어느 한쪽으로 튀지 않는 적당한 식감이었다. 🥣 맛있지만 육향은 약하고 꽤 슴슴한 육수 국물 자체는 분명 맛있다. 다만 첫 모금을 마시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육향이 약하고 꽤 슴슴하다’였다. 우주옥이나 서령, 서관면옥처럼 육향이 확실하게 치고 올라오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평양냉면집에서 종종 내어주는 다시마 식초 같은 것도 따로 없어서 중간에 맛에 변화를 주면서 먹기도 어려웠다. 물론 평양냉면에서 슴슴함 자체가 단점은 아니다. 다만 나는 슴슴한 가운데서도 고기의 육향이 선명하게 올라오는 스타일을 좋아해서 정인면옥의 육수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게 느껴졌다. 🏢 평냉은 맛뿐 아니라 분위기도 먹는 음식 개인적으로 음식만큼 아쉬웠던 건 공간의 분위기였다. 매장이 굉장히 모던하고 사람이 많아 꽤 시끌벅적하다. 진미평양냉면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내가 평양냉면집에서 기대하는 오래된 노포 특유의 분위기나 전통적인 정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평양냉면 한 그릇에 만 원대 중후반을 지불하면서 먹는 이유에는 단순히 음식 맛뿐 아니라 그 집이 가진 시간과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간이 너무 현대적이고 북적거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약간 시장통에서 평냉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의 평냉집에서는 늘 전체적인 만족감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 그래서 다시 갈 것인가? 면도 무난하고 육수 자체도 충분히 맛있다. 무엇보다 일요일이면 선택지가 확 줄어드는 여의도에서 저녁까지 영업한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다만 우주옥·서령·서관면옥처럼 육향이 진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육향이 약하고 전체적으로 꽤 슴슴했다. 결국 평양냉면은 맛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그 공간과 분위기까지 함께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너무 모던하고 북적이는 정인면옥은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맛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내가 평양냉면 한 그릇에서 기대하는 경험과는 달랐던 곳.
정인면옥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 10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