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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추천해요
2년

*요약: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건대의 취기에 지쳐갈때쯤 조용히 훌륭한 쉼터가 되어주는 작은 이자카야. 지금은 사업가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가버린 나의 베스트프렌드가 건대에서 수학한 덕분에, 성북에서 공부하던 나도 표준말을 하나도 못하던 촌놈시절부터 지금까지 건대입구역 2번출구 계단 턱 하나정도는 나 덕분에 닳지 않았을까 할만큼 건대에서 추억이 많다. 항상 왁자한 분위기의 건대, 젊음(간)을 태워 술을 먹고자 하는 의지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가끔은 조용히 친구와 둘만 있는 장소를 찾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 친구와 그런 순간이 올때 가끔 함께했던 장소인 이 곳은,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구석에 있어 건대 메인 맛의 거리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자리도 애초에 4명 이상 앉을 수 없는 사이즈의 테이블 5개와 다찌 좌석 2개가 전부다. (여름에는 바깥에 한 두개의 간이 테이블을 펴기도 한다) 작은 가게지만 2012년 3월경부터 한 자리를 변하지 않고 지켜주고 있어 단골손님이 많은 탓에 가끔 들러도 자리 잡기가 쉽지는 않다. 일본 주류, 소품, 사진 등이 잘 배치된 작은 내부에서 소소한 맛이 느껴지고, 별다른 음악 선곡도 없어 사람들의 말소리만 도란도란하다. 메뉴로는 수제꼬치(5종 및 7종 선택불가, 단품 추가 가능), 탕 4가지, 1인 사시미, 그리고 이것저것 일본 느낌의 요리류가 있다. 항상 가면 꼬치를 기본으로 깔고, 탕이나 요리 1가지를 시켰던 탓에 사시미는 잘 모르겠지만, 소박한 외관만큼 잔잔하지만 또 단단한 정성과 실력으로 요리를 내주신다. 꼬치에서 느껴지는 숯불향은 충분히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도미뱃살구이는 플레이팅부터 만족스럽다. 데리야끼 소스를 발라 구운 도미 뱃살과, 노란 레몬, 초록 오이의 조합이 눈으로도 예쁜데, 소스와 재료의 기름기를 레몬과 오이가 잡아주는 맛의 조합도 굉장히 산뜻하다. 파인다이닝엔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조예도 없다시피 해서 일식의 깊이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와 함께 아지트를 삼는 가게로서는 이 심야식당 느낌의 이자카야는 항상 상위티어에 있는 듯. 친구 올라오면 또 추억 안주삼아 마시러 가야겠다. 내게 이런 15년지기 친구가 있는 것도, 그 친구와 이렇게 추억팔이 할 수 있게 자리잡은 가게가 있는 것도 행운이다. 10년차 자리를 잘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광

서울 광진구 동일로24길 68 송곡태권도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