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도다방(다방, 대구광역시 중구 종로 진골목길) 올해 4월 대구를 들른 2가지 이유 중 첫번째, 바로 이 곳을 경험하고 싶어서입니다. ‘아름다운 도시(美都)’ 속의 다방(茶房이) 라는 뜻의 미도다방은 1978년 12월 대구 중구 덕산동 미도화방 2층에서 처음 문을 열었으며 1991년 진골목으로 이전했고, 2012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습니다. 경북 청도 출신인 정인숙(70) 대표가 40년을 넘는 세월동안 운영하고 있습니다. 👍 여기는 그냥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 그 자체입니다. 레트로? 복고풍? 으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까불고 있어! 🤬 330㎡ 정도 면적에 24개의 테이블과 오색방석 140개가 깔린 소파, 등나무 파티션 그리고 '미도다향'이란 시를 비롯해 각종 문인이 선사한 시서화가 가득한 이 공간의 매력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가게 입구에 수석과 어항까지 있는 건 레알루다 찐찐찐이다,,, 설날과 추석 당일만 쉬고 연중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어 놓는 미도다방의 스-페샬티는 역시 쌍화차(5,000원)입니다. 무슨 재료 넣었는지 알 수 없는 단물 쌍화차 말고 역시 진짜는 달걀 노른자를 띄워야죠. 어릴 때 먹고 이런 찐은 처음 먹어서 헛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당귀와 천궁, 감초 등 18가지 약재를 넣고 6시간 동안 끓여낸 약차에 호두 등 견과류와 조청을 넣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더하는데, 이걸 주문하면 부채모양 전병이나 말린 생강 등 간식이 무제한으로 제공됩니다. 커피는 한잔에 심지어 2,500원.....? 가게도 아주 깔끔합니다. 정 사장님은 한복을 계속 입고 계시는데, 이건 사장님이 20세 때 대구향교에서 대구 출신 유학자 소원 이수락 선생에게 사서삼경을 배우고 31세 때는 그에게서 혜정(暳晶)이라는 호까지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구를 비롯한 영남 유림이 이 곳을 자주 찾기도 하죠. 그냥 가게 자체가 오래 되다보니 단골도 엄청 많으십니다. 전날 워낙 무리한터라 편도가 부어 몸이 좋지 않아 따뜻한 음료 마실 요량으로 들렀는데, 노인밖에 없는 공간에 갑자기 웬 젊은이가 들어오니까 사장님께서 이것저것 물어보시길래 스울에서 왔는데 몸이 좋지 않아 들렀습니다, 하니까 대추차 한잔을 '그냥' 주면서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시네요? 여기 돈 받고 음료 파는 다방 아니었나요.....?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친절과 배려를 보여주신 정 사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구 들르면 부러 시간내서라도 한 번 더 방문할 생각입니다. 그때는 좀더 여유 가지고 가게도 둘러보고, 가게 한 켠에 놓인 방명록 화이트보드에도 몇 자 남기려구요. 👎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매우 높습니다. 힙한 카페 등 사이에서 고색창연한 美都茶房 현판이 걸려있고, 입구에는 수석과 어항 각종 시서화 액자가 가득한 곳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갈 절먼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한 3분 정도 고민한 듯 ^^;; 이곳을 이용하는 주된 연령층은 기본적으로 노령층이므로 다른 데에서 기대하는 서비스라든지 분위기를 바라면 안됩니다. 이세카이로 빠졌다는 생각을 하며 그 세계에 녹아드세요! 당연한 말이지만 음료도 드시던 것과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전 좋았는데). * 정 사장님의 첫 직장에 대한 설이 조금씩 다르네요. 시니어매일 2020년 6월 11일자에는 피아노회사 경리, 한국일보 2022년 8월 6일자에는 대구 한 다방으로 되어있습니다. '40년을 넘는 세월'동안 운영하고 있다고 부러 애매하게 적은 이유입니다. * 심지어 다방의 연원도 매체마다 다른데, 시니어매일과 한국일보에는 1976년 정 사장님이 '직접 차렸다' 되어있지만 지역N문화에는 지인 다방을 1982년 넘겨받은 걸로 나옵니다. 대체 뭐가 맞음???? * 정 사장님은 할아버지가 일본 와세다 대학을 나왔고 할머니가 진주여고를 나올만큼 개화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할아버지는 풍각 송서교회에 땅을 기증하였고, 삼촌은 풍각고등공민학교를 창설, 국가에 기증할 정도였죠. 풍족한 가정의 장손이었던 부친은 평생 직장없이 재산관리와 가문만 지켰는데, 대농만 하다가 빚보증으로 재산을 다 잃어버리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됩니다. 7남매(3남4녀) 중 맏이였던 정 사장님은 고등학교만 졸업한 채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일하면서 집도 사고 동생 6명 모두 공부시키고, 결혼도 시키셨다고. 머리가 조금 굵어지고보니 어르신들의 신산한 삶 이야기는 들을수록 생경하면서 어떤 감동까지 선사해요. * 정 사장님은 휴게음식커피협회 지회장, 춘추회 이사 및 삼보연(삼일보국연합회) 재정위원장 직과 더불어 장학회도 운영하시고 영진전문대 사회복지과를 64세에 졸업하며 치매 예방에 관련한 공부도 현재 하고 계실만큼 엄청나게 열정적인 분이십니다.
미도다방
대구 중구 진골목길 14 천호목욕탕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