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마트 Heimat(음악감상실,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 - 228기념 중앙공원 부근) (매우 긴 글 주의) 올해 4월 대구를 들른 2가지 이유 중 마지막, 1957년부터 66년째 영업중인 고전음악 감상실 하이마트(Heimat, 독일어로 '고향')를 들렀습니다. 이 곳 역시 역사가 아주 오래된 곳이라 창업부터 현재에 이르는 연대기를 읊지 않을 수 없어요(영남일보 2010년 10월 1알자, 한국일보 2021년 11월 13일자 기사 참조). 김수억씨(1969년 작고)는 서울에서 목재상을 하다 6·25전쟁 때 대구로 피란했는데, 당시 트럭 한가득 싣고 온 것은 돈이 생길 때마다 사다 모은 SP(Short Play), LP(Long Play)판이었는데 미국에 사는 처제 도움으로 귀하게 구한 것이라 하네요. 이후 대구에 눌러앉으면서 음악감상실을 열겠다 선언했고, 당시 대건고 독문과 교사인 송영택 시인이 하이마트라는 이름을 붙여 1957년 5월 13일 화전동 옛 대구극장 앞 건물 2층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현재 주인장인 무남독녀 외동딸 김순희씨는 고교 입학 후부터 아버지의 엄명으로 주말마다 교복을 빳빳하게 다려입고 하이마트로 출근해서는 음반을 닦아 턴테이블에 올리고, 손님에게 차를 나르며, 칠판에 곡명을 썼다고 합니다. 1969년 효성여대 영문과 졸업 후 중학교 교사로 발령받았지만 아버지가 하이마트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나면서 음악감상실은 그의 천직이 됐고요. 2006년부터는 아들 박수원씨와 며느리 이경은씨가 운영을 도맡습니다. 장남 수원씨는 영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했지만 2000년 프랑스 뤼옹국립고등음악원으로 유학, 거기서 파이프오르간과 즉흥 연주 및 작곡을 전공했고 경북대 음악학과를 졸업한 아내 이경은씨는 프랑스 메츠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로 전공을 살렸어요. 5천만원짜리 파이프오르간, 2대의 피아노, 수천장의 클래식 음반, 실내악 정도의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 창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스테인드 글라스, 1970년 영남대 조소과 김익수 교수가 10트럭분의 석고로 만든 음악가 부조, 김수억씨가 직접 만든 검정 흑판대, 오동나무로 만든 음반보관장, 자주색 벨벳으로 만든 감상실 소파형 의자와 때묻은 잡지 그리고 수십년에 걸쳐 손님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이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멋진 공간이에요. 입장료(8,000원) 지불하면 커피, 차를 비롯한 음료 고를 수 있는 다권(茶卷) 1장과 주전부리를 가져다주십니다. 음악은 듣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신청해서! 방문자들은 이곳을 음악감상실의 하나로 여기고 팝도 신청하지만, 그래도 고전음악 감상실로 출발한 이곳의 정체성을 존중해야 하지 않나 싶어 (논란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ängler) 곡 하나 신청했습니다. 장중한 곡의 흐름과 장소가 맞아떨어지니 정말 황홀했어요. 이런 멋진 공간이 경영난을 심하게 겪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찾아주는 모임 - 가령 30년간 매주 한 번 고전음악을 감상하는 '소향회', 2005년부터 결성된 악우회, 대학교 고전음악 연합서클인 에스텔라 등등 - 이 있다지만 과거의 세에 비할 바는 절대 아니며, 주인장과 아들 부부 내외도 문화 공간을 지킨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이곳에 투신하고 계십니다. 대구 살고 계신 분들, 방문하는 분들 모두 이곳을 한 번이라도 더 들르면 어떨까요? * 2010년 인터뷰 때만 해도 하이마트의 업종이 '식품접객업', 즉 다방으로 등록되어있어 종사자가 모두 보건증을 가져야 하고 위생검사도 받아야 하며 소방관계자가 방음벽도 제거하라는 등의 일이 있었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 1970~80년대 전성기에는 하루 700명까지 찾아오고, 1983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을 때도 래식에 목마르고, 모임 자리가 애매한 시민들에겐 좋은 만남의 공간으로 기능했다네요.
하이마트 음악감상실
대구 중구 동성로6길 45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