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음식 먹자마자 신나서 쓰는 리뷰. 이런 곳에 있는 가게가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안 사람은 누구일까... 선인상가 1층, 잘 보이는 위치에 있긴 하지만 용산역 부근이 하도 복잡해서 길 찾는 데에 여간 애를 먹은 게 아니다. 가게가 작아서 2인 테이블 4개, 야외테이블 2개밖에 없다. 1시 좀 넘어서 왔는데 필자부터 웨이팅이었다. 대기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게 아쉬웠다. 미리 주문해야되는지 등의 얘기도 없고, 대기하는 사람들은 순서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 좁은 가게 앞에서 네댓 명이 계속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나마 사람 빠지는 속도랑 오는 속도가 비슷해서 웨이팅은 2~3 팀으로 유지됐다. 다른 리뷰에 이 식당 처음 오면 양고기 도너를 시키라고 써있어서 고민 없이 그걸 골랐다. 결론은 아주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솔직히 웨이팅 때문에 언짢아서 얼마나 맛있나 보자 벼르고 있었는데 먹으면서 다 잊었다..ㅎㅎ 필자는 단순한 동물... ■ 양고기 도너 (7,900) 가게 외벽 메뉴판을 보면 전엔 세트로 감튀+음료를 추가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세트메뉴가 없어졌다고 한다. 어차피 도너가 양이 많아서 굳이 감튀 안 시켜도 될 듯. 도너는 크고 얇은 피타 빵을 반으로 갈라 고기, 양파 등으로 속을 채워넣은 음식이라고 한다. 안에 뭐가 워낙 많이 들어있다보니 처음 받았을 때 어떻게 먹을지 난감했다. 다른 리뷰에 속을 열심히 파먹고 (실제로 음식을 받아보면 고기, 야채 층이 두터워서 말 그대로 '파먹어야'한다), 그 다음에 접어서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똑같이 따라하기로 했다. 집단지성 최고! 이렇게 먹다보면 위에 올라간 야채를 먼저 먹게 되고 중간쯤부터 양고기가 등장한다. 야채는 적양파와 양상추가 주를 이루고, 크다란 토마토가 몇 조각 올라가 있었다. 시큼한 치즈와 풍미 좋은 요거트 소스와 버무려져 있었는데, 달큰한 적양파와 신선하고 아삭아삭한 양상추랑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구운 슬라이스 야채가 아주 조금 (주키니 2조각, 당근 1조각, 가지 1조각) 들어가 있었는데 이게 진짜 본체다... 꼬들꼬독한 식감을 살린 채로 너무너무 맛있게 구워졌다. 그 밑의 양고기는 도톰하게 잘라져 있었다. 멀리서 보고 지방 없는 부위라 팍팍할 줄 알았는데, 담백하면서도 보들보들해서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어떤 부분은 쯔란 맛이 강하게 났고 어떤 부분은 거의 안 났다. 빵 위에 놓을 때 어디에만 많이 뿌려지고 어디엔 덜 뿌려진 듯..? 양고기 특유의 육향을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렸는데 그 고소함이 야채랑 맞물려서 시너지를 냈다. 고기도 워낙 많이 들어있어서 마지막엔 야채 다 먹고 고기만 남았는데, 야채가 없으니 왠지 섭섭했다. 빵의 양면에는 초고추장 같이 시큼하고 가벼운 맛의 매운 소스가 발라져 있었다. 속 파먹으면서 빵도 한 입 먹어봤을 때는 솔직히 굳이 빵이 필요한지 이해를 못했다. 빵 가장자리는 두께감 없이 빠삭하기만 해서 매력이 떨어졌다. 나중에 반으로 접어 먹기 시작하고서야 도너가 왜 빵이 있어야 완결이 되는 요리인지 깨달았다. 초고추장 같은 소스가 곁들여지니 음식이 또 다른 다층적인 맛을 냈다. 빵 중간 부분으로 가니 겉은 0.001초 빠삭했는데 그 밑은 졸깃(쫄깃× 그보다 더 씹기 힘든 질깃졸깃한 식감o)했다. 신나서 분량조절 실패한 리뷰.. 이미 잘되고 있어서 응원 필요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먹어서응원 하고, 웨이팅이 개선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서울케밥
서울 용산구 새창로 181 선인상가 21동 1층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