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가싶 리스트에 묵혀두었다가, 여기 가고 싶다고 일행을 졸라 방문했다. 영업시간 저녁 9시 반까지인 점이 좋다. 외관부터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았다. 2층짜리 가겐 줄 알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천장을 높인 1층짜리 티룸이었다. 갔을 땐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10~20분 있으니 하나둘 자리가 차더니 만석이 됐다. 천장이 높은데도 말소리가 울리지 않아서 딱 asmr영상에 나오는 티룸 그 자체였다. 달그락거리는 도자기 소리, 자분자분한 말소리, 은은한 차이콥스키 오케스트라 배경음악까지! 티는 잔 당 만 원 정도고 아담한 스콘을 같이 주신다. 차는 다 우려서 티팟에 나오기 때문에 과하게 우려서 씁쓸해질 일이 없었다. 그리고 찻잔을 데우는 용도로 따뜻한 물이 담겨 나온다. 소소한 감동 포인트였다. ■ 스콘 운 좋게도 필자가 갔을 때 사장님이 스콘을 굽고 계셨다. 그래서 갓 구운 따끈한 스콘을 맛볼 수 있었다. 플레인 맛 하나, 얼그레이 맛 하나 주셨다. 딸기쨈만 나오고 클로티드 크림이 없어 플레인 스콘은 좀 심심했다. 얼그레이는 향이 화려해서 딸기쨈이랑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플레인보다 맛있었다. 스콘 자체는 속이 애매하게 촉촉해서 본인 취향은 아니었다. ■ 티 차는 가향차 리스트에서 '웨딩 임페리얼'과 '떼 뒤 후원'을 마셨다. 웨딩 임페리얼은 묵-직한 카라멜 향이 매력적이었다. 그 동안 먹어본 웨딩 임페리얼 티 중 향이 제일 좋았다. 떼 뒤 후원은 밤과 블루베리 향이 합쳐져 한국의 정원을 연상시킨다고 써있었는데, 실제로는 패션후르츠 비슷한 향이 났다. 집에 있는 오설록 티백 중에 하나가 이거랑 너무 비슷한 향이어서 좀 아쉬웠다. 가게가 더 소란스러웠다면 매력이 반감되었을 것 같지만, 어쨌든 필자는 상당히 멋진 시간을 보내고 왔다. 사라락 움직이면서 차 내어주시는 사장님도 뭔가 요정 느낌 나구, 도자기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 완벽하진 않지만 그마저 인간적인 매력으로 보이는 힐링 티룸이었다.
하원재
광주 남구 제중로47번길 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