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위치에 가게 문이 있다. 허름한 나무 판자처럼 생겨서 처음엔 문인지 몰랐다. 가게 내부 공간에 비해 테이블이 띄엄띄엄 있어서 주변 고객들과 매우 분리된 느낌이 들었다. 여름 테이스팅 코스(디너, 해물)를 먹었다. ■ 오이, 명란 / 가리비, 명란, 창꼴뚜기 각각 첫 사진 오른쪽, 그리고 왼쪽에 해당되는 음식이었다. 한입거리 음식인데 둘 다 특이했다. 오른쪽은 치즈 과자 위에 오이랑 명란을 올린 건데, 오이 향이 아주 강했다. 왼쪽은 꼴뚜기가 물컹해서 이런 식감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 청어, 파프리카, 파르미지아노 치즈 / 고등어, 살구, 엔초비 마요네즈 / 전갱이, 기장엔쵸비, 호박꽃 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메뉴 이름이다. 제일 왼쪽은 청어 들어간 타코였다. 가운데는 얇은 과자 위에 올라간 고등어였는데 살짝 불향이 났다. 오른쪽은 호박꽃 안에 리코타 치즈 넣어 튀긴 음식이었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유튜브에서 나폴리맛피아 셰프가 이탈리아에선 호박꽃 튀김을 자주 먹는데 한국에선 너무나도 구하기 힘들다고 한 걸 봐서 신기했다. 셋 다 특이한데 좋은 쪽으로 특이했다. 첫 접시는 갸우뚱했는데 여기서부턴 다 맛있었다. ■ 치아바타 김 들어간 버터와 올리브오일이 같이 나온다. 식사 내내 테이블에 빵을 둬서 마음껏 파스타 소스에 찍어먹을 수 있었다. 치아바타 자체가 폭신하고 따끈해서 맛있었다. 김 버터는 은은하지만 확실하게 김 맛이 났다. 올리브오일은 어디 유명한 제품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일행은 너무 잔디 향 나서 불호라고 했다. ■ 갯가재, 초당옥수수 계란찜 같았다. 그릇이 작아서 거의 한 숟갈 안에 다 퍼먹을 수 있었다. 탱글한 가재랑 부드러운 계란찜이 잘 어울렸다. ■ 전복, 모렐, 감자 전복이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씹히도록 푹 익혀져 있었다. 갈색 소스도 맛있었는데 옆에 갈린 감자 퓨레가 진짜 맛있었다. 쏘쏘할 뻔했는데 감자가 살린 메뉴. ■ 봉골레 여기서부터 파스타 2가지! 조개 베이스 육수 쓰시는지 어패류 육수 특유의 시원 칼칼한 맛이 살아있었다. 면은 심지가 꼬독했다. ■ 단새우 파스타 비스크 소스 파스타. 거의 단새우 회처럼 안 익혀진 탱글한 단새우가 올라가 있었다. 이건 면이 더 부드러웠다. 파스타 둘 다 맛있었다. ■ 리조또 메뉴 안내문에 '벤자리, 잎새버섯, 까르나놀리, 다시마'라고만 되어있어 뭔가 했더니 리조또였다. 까르나놀리는 이탈리아 모 지방에서 나는 비싼 쌀이라고 한다. 식감이 오독했다. ■ 옥돔, 샐러리악, 케이퍼 껍질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옥돔구이였다. 밑의 소스가 엄청 감칠맛 났다. ■ 디저트 막걸리 소르베또는 진짜 막걸리 맛이 났다. 달달한 디저트가 아니라 정말 막걸리 아이스크림 그 자체. 티라미수는 빵이 에스프레소에 푹 적셔져 있고 코코아파우더 냄새도 향기로워서 100% 필자 취향에 부합하는 티라미수였다. 마지막엔 에스프레소와 마들렌, 견과류 들어간 머랭(?)이 나왔다.
오스테리아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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