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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e_chosun
별로예요
2년

꿍냐우 흔하디 흔한 신도시의 향기 쌀국수는 참으로 매력적인 음식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모여서 빚어낸 퓨전 음식. 지배층인 프랑스인들이 먹지 않았던 국물을 가공해 주식이었던 쌀국수를 말아 만든 음식이다. 동양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콩소메가 떠오르는 진하고 기름진 고깃국물이 여기서 나온게 아닌가 싶다. 혼혈인들의 아름다움처럼, 프랑스의 수프에 들어간 인도차이나의 쌀국수는 간단하지만 화려하다. 학교 근처의 쌀국수집은 베트남 대사관이 항의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기에, 근처 신도시, 광교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을 찾았다. 신도시 식당이 늘 그렇듯 큼지막한 홀과 깔끔한 분위기, 현지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가 맞이한다. 옆에서 펄펄 끓고 있는 고기솥이 기대를 돋운다. 쌀국수, 짜조, 볶음밥. 클래식한 주문이 들어갔고 이어 순식간에 메뉴가 등장했다. 베트남의 쌀국수, 즉 퍼(Pho)는 한국의 곰탕과는 다르게 고기를 정말 진하게 우리고, 기름도 둥둥 뜨는 국물이 매력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맛을 봤다면 한국의 그것과는 참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201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밍밍한 쌀국수가 대세였지만, 이제는 2020년대 아닌가. 조금만 찾아봐도 걸쭉한 베트남식 쌀국수를 찾을 수 있는데… 나머지 메뉴도 그냥 그랬다. 짜조는 속을 제대로 채우지 않아 소시지마냥 딸려나왔고, 볶음밥도 느억맘의 매력은 없이 찐득찐득한, 김치볶음밥을 연상시키는 맛이었다.(기름 범벅은 덤이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맛이 전혀 튀지 않고, 소위 말하는 “깔끔한” 맛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어로 된 이름까지 붙일 거라면, 조금만 현지에 가까운 요리를 해 주면 안 될까. 신도시는 참 매력이 없다. 모든 것을 그 안에서 자족하기 위해 세워진 그들만의 성이다. 아파트마다 담장이 쳐져 있고, 커뮤니티 센터와 그 앞에 조성된 약간의 종합쇼핑몰에서 삶을 영위하는 곳이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만치 그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예쁜 뷰, 깔끔한 외관, 경치 좋은 카페에 가서 사진을 찍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에, 식당도 거기에 맞추어 수렴진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데를 가면 갈수록, 새삼 종로와 마포가 그리워진다. 쌀국수는 정말 아쉽다. 육향이라곤 거의 없는 밍밍한 고기국물, 무언가 푸석푸석한 쌀국수가 밍밍한 맛이다.

꿍냐우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25번길 7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