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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e_chosun

추천해요

1년

히타토제면소 완벽한 한 그릇 한국에는 국밥이 있다면 일본에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 우려낸 따뜻한 육수에 탄수화물을 말아먹는, 어찌 보면 원초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만 국이 중요하고 밥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혹자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 우동에 비하면 일단,) 국밥과 다르게. 면 요리는 참으로 어려운 음식이다. 육수와 면 둘 다 중요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부모님 세대의 옛날 옛적에는 일식이 배척된 적도 있다고 했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고급 파인다이닝과 캐주얼한 식당 모두 일식은 당당한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중에 대표적 메뉴중 하나는 단연 우동이다. 일본의 면 하면 우동/소바/라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차가운 소바와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는 라멘과는 달리 우동은 사시사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어서 일까. 필자도 우동을 꽤나 좋아하고, 특히 고등학교 3학년때는 거의 급식 수준으로 먹었다. 최근 종로에 우동으로 극찬받는 식당이 있다 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경복궁역 앞, 고즈넉한 서촌 골목 앞에 위치한다. 청와대와 인접해 있어서일까. 근처 인사동, 을지로보다는 조금 덜 힙하고 진중한 분위기의 골목이다. 이곳의 시스템은 꽤나 특이한데, 8명 손님이 모두 들어가고 식사를 마치고 난 뒤에 다음 8명이 들어가는 구조이다. 아마 혼자 하셔서인지 일정한 루틴과 휴식 시간 때문일 텐데, 절대 8명이 채워지지 않는 일은 없다는 사장님의 귀여우신 가오가 느껴진다. 평일 3시였지만 30분 가량의 웨이팅 이후 입장한다. 우엉 튀김, 지도리 우동, 오뎅 우동 세 가지를 시키고 착석한다. 먼저 우엉 튀김이다. 개인적으로 후쿠오카의 우동집에서 먹었던 우엉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우엉이라 하면 어린 시절 홈메이드 김밥에 들어가 있던 우엉 조림이 연상되는데, 그걸 튀겨 먹는다니. 반신반의 했지만 바삭한 튀김과 쫄깃한 섬유소의 우엉, 기대와 다른 맛에 꽤나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곳의 우엉 튀김은 그것과는 다르다. 대패로 썬 듯한 얇은 우엉에 바삭한 튀김옷. 생각만 해도 느끼한 조합이지만 괜찮았다. 튀김옷은 참기름으로 튀겼는지 고소한 맛이 좋았고, 언뜻언뜻 느껴지는 우엉은 마치 육포같은 식감을 주어 즐거웠다. 전체적으로 고급 텐카츠를 먹는 느낌...? 하여간 먹어 보시길. 이어 두 가지 우동이 등장한다. 어차피 차이는 고명뿐이니, 면부터 먹어 보자. 면은 환상적이다. 셰프님이 면을 삶기 전 한번 스윽 보여 주시는데, 그 자신감이 이해가 간다. 수타면답게 글루텐이 적절히 살아 있고, 밀가루 맛이 느껴지면서도 과하지 않다. 쫄깃하다 감탄할 때쯤 뚝뚝 끊어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흔한 우동 면보다 꽤나 굵은 느낌이라 밀가루 향이 올라오나 전혀 거북하지 않고 맛있다. 개인적으로 탄수화물 음식에서는 특유의 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잘 느끼게 해 주어 좋았다. 이어 육수이다. 전통적인 간사이나 시코쿠 지방의 우동과는 달리, 꽤나 쯔유맛이 강한 스타일인데, 그게 매력적이다. 쯔유는 달달하고 짠 느낌이 잘 조화되어 있었고, 기저에 깔린 가쓰오 국물이 아주 진했기에 쯔유 속에서도 감칠맛을 잃지 않았다. 고명이 되는 지도리와 어묵. 닭과 대파를 강한 화력에 볶아낸 지도리는, 닭다리살 대신 야키토리를 연상시키는 쫄깃한 부위를 사용해 기름지지 않아 국물과 잘 어울렸다. 어묵은 어육 비중이 높은 느낌에, 훈연 향까지 좋았다. 어찌 되었건, 국물 간이 꽤나 강한 편이기에 좋은 고명을 잘 뒷받침해주는 것 같았다. 참 맛있는 한 그릇이다. 이런 면 요리는, 아까 말했다시피 면과 육수 하나라도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여리여리한 국물로 면 맛을 강조하는 것이 사누키 우동같은 "전통적" 맛집의 스타일인데, 이곳은 강한 면과 강한 국물이라는, 자칫하면 밸런스를 깨뜨릴 수 있는 조합 사이에서 좋은 음식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음에는 면 맛을 더 느껴보고 싶어 냉우동을 시도해 보고 싶다. 서촌이 접근성이 아주 좋은 곳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P.S 캐치테이블 잡았으면 절대, 절대 늦으면 안된다. 3분 넘어가면 바로 다음 사람에게 순번이 넘어가니 조심할 것.\

히타토 제면소

서울 종로구 옥인길 19 1층